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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소설 : total 18 posts
2004/12/13 99년이라면 모를까 (2)
2004/12/03 5분내로 (6)
2004/12/02 길은 멀고 하루는 짧다 
2004/11/23 10월 11일 오후 5시 17분 (2)
2004/10/22 10월 15일 오후 4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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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9년이라면 모를까  [자전소설]

그건 물론 방황이었고 도피임에 분명했지. 어디로 가던지 던져지는 질문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였지. 명확한 것은 모든 것이 불명확하다는 것뿐이었고. 나를 매료시켰던 것은 그 현실에서 한 발자국 물러선 채로 모든 것을 망각한 듯이 공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순간 뿐이었지. 나를 가둬둔 것은 그런 자격지심 속에서 발아한 내면의 감옥이었는지 몰라. 그 누구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가고 싶었던 것도 그래서 일 테고.

글쎄 99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그리 쉽게 찾을 수 없을 거야. 한번은 자의적으로 버렸었고, 한번은 아무런 의지 없이 수용할 수 밖에 없었지. 누구든 결코 버릴 수 없는 그 그림자 말이야. 숨은 그림을 찾을 때는 결코 그 그림 자체에 빠져들면 안 돼. 오롯이 앉아 그 정형화된 사물들의 잔영을 엿볼 수 있어야 될 테고. 그 단면들만을 찾아 괜한 오해를 살까 염려되기도 한다만. 이제 그때의 나를 찾게 된다 하더라도 그리 두렵지는 않을 듯해. 보잘것 없었지만 한 때나마 끊임없이 타오르던 시기였음으로.

참 아직 답글은 쓰지 않았어. 언제쯤 쓸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고. 다시금 얼마간의 평안을 되찾고 온전히 나를 바라볼 수 있을 때쯤일 것 같긴 한데. 나 또한 그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힘내길.

"끝 모를 심연에서 태어나 끝 모를 심연에서 죽는 우리, 빛나는 그 사이를 우리는 삶이라 부른다. 태어나자마자 회귀(回歸)는 시작되는 것. 앞으로 나아가면서 동시에 뒤로 돌아가는 것. 우리는 매순간 죽는다.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은 외쳐왔다. 삶의 목표는 죽음이라고! 하지만 태어나자마자 우리는 싸움을 시작한다. 창조에의, 이름에의, 물질을 생명으로 바꾸는 것에의 싸움을. 우리는 매순간 태어나는 것이다.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은 또 외쳐왔다. 불멸이야말로 덧없는 삶의 목표라고! 잠시 살다 가는 인생 속에서 이들 두 흐름은 충돌한다. 하나는 이룸과 생명과 불멸을 향한 상승의 흐름으로. 하나는 해체와 물질과 죽음을 향한 하락의 흐름으로. 원초적 본질의 깊은 곳에서 솟는 이 두 흐름, 삶은 애초엔 우리를 더없이 놀라게 한다. 뭔가 법을 초월한 듯이, 뭔가 자연을 거스르는 듯이, 뭔가 어두운 영원의 샘에 잠깐 반동하는 듯이 보이는 삶. 그러나 조금 더 깊이 내려가면 갈수록 우리는 삶이란 시작도 없고 결코 무너뜨릴 수도 없는 우주의 힘 그 자체임을 느낀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를 태어나게 하고 우리들- 식물과 동물과 사람-에게 싸움의 용기를 주는 초인의 힘은 어디서 오겠는가? 그러나 상반되는 이 두 힘은 모두 거룩하다. 그러므로 이들 두 거대하고 무한한, 결코 무너뜨릴 수 없는 힘을 조화시키고 감싸 안을 수 있는 비전을 붙잡는 것은 우리들의 의무이다. 그리고 이 비전으로 우리들의 생각과 행동을 조절하는 것, 이 또한 우리들의 의무이다."
2004/12/13 02:10 2004/12/13 02:10



Posted by lunamoth on 2004/12/13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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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분내로  [자전소설]

5분 내로 간단히 글을 쓰고 잠들 것이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그뿐이다. 타들어가는 연기 속에 의식을 놓고 있어도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나를 흐름에 맡긴 채로 다시 일상 속으로 처연히 숨어들어 가면 그뿐이다. 이제 또 다시 4분. 어디론가 달아나고 싶은 마음은 이미 의지의 빛을 소멸한 채로 한낮의 텁텁한 헛기침으로 사그라지고 말았다. 몇 킬로미터를 조용히 조용히 걸어왔다. 그 와중에도 내 머릿속에는 온통 뭘 하는 것이냐 라는 짧은 되뇜만이 공명할 뿐이었다. 어디에도 그럴듯한 사색의 그림자나 회상의 시간은 찾을 수 없었다. 짧디 짧은 일련의 순간의 포착들만이 하루에 기억 속에서 흩날리고 있었다. 6개월치 건전지가 더 준다는 천원 한 장짜리 고휘도 LED 열쇠고리와 (설령 전방 1km를 뻗어나가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것을 샀어야만 했다.) 알 수없는 애수를 동반케 했던 오뎅장수의 데인 손목을 뒤덮은 붕대와 알 수 없는 악다구니를 놀리고 있던 술 취한 노부의 목소리도 우울한 공명을 더해 이루지 못한 잠의 변명거리를 더해준다. 점점 아래로만 향하게 되는 신산 한 모랫바람 속에서도 무신경하게 외쳐만 대는 저들의 바람에 일부분이나마 타협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종이 울리는 대로 짐짓 금연이라도 시작할 터이고. "이런 벌써 10분이나 허비해 버렸군. 그리고 액션." "이제 곧 망각을 향해 최고속도로 급강하할 예정이오니 모두들 안전벨트를 단단히 착용해주십시오."
2004/12/03 02:17 2004/12/03 02:17



Posted by lunamoth on 2004/12/03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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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은 멀고 하루는 짧다  [자전소설]

보관메시지01
바람을 붙잡고 소리를 듣는다/길은 멀고 하루는 짧다

삶이란 반납기한을 넘긴 대출서적과도 같아. 처음에는 모두가 원대한 기대를 가지고 책을 뽑아들고는 한장 한장 넘기게 되지. 하지만, 곧 현실의 속도감과 괴리감 속에서 이내 내가 던진 게 또 하나의 무리수였음을 자각하게 되지. 결국, 채 제1부를 끝내기도 전에 책은 책장 한 켠으로 치워진 채로 잠들어 버리지. 그러다가 어느 날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되겠지. 아니면 기억 못 한 달력표시를 보고 한참을 생각하다 도서관으로 향하겠지. 돌아오는 건 연체기간 내 반납금지라는 외마디일 테고. "몹시 궁색해"진 채로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겨봐도 보이는 건 점멸중인 청색 신호등 불빛뿐. 그러다 집에 돌아와서는 문득 깨닫게 되지. 이미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책들조차 읽어보지 않았다는 것을...
2004/12/02 23:09 2004/12/02 23:09



Posted by lunamoth on 2004/12/02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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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1일 오후 5시 17분  [자전소설]

꿈을 꿨어. 얼마 전에. 그게 네가 관련된 꿈이었는지 모르겠어. 그런데도 이상하게 기억에 남아. 무언가를 애타게 찾거나, 뒤늦게 후회하게 되는 그런 상황. 깨고나면 희미한 잔상만이 남아 머릿속을 어지럽히곤 "꿈같이" 사라져 버리는. 네가 쓴 문장 하나 단어 하나에도 그 의미를, 함의의 무게를 가늠하며 헛된 희망을 꿈꾸는 순간도 그런 미망에 불과하겠지. 그렇겠지. 그런 미온의 관계 속에 덧칠된 감정의 사금파리를 찾아 헤매 이며 지칠 동안, 어느새 난 해질 무렵까지 흙장난에 열중인 어린아이가 돼버리곤 해. 작달비 속에서도 표정 하나 찡그리지 않은 채로 공놀이를 하던. 가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 애초부터 우린 한치의 오차도 없는 수평선이었을 거라고.
Sgt. lunamoth.
2004/11/23 18:31 2004/11/23 18:31



Posted by lunamoth on 2004/11/2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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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5일 오후 4시 59분  [자전소설]

가끔 뒤돌아 보면 지나온 길이 아득히 멀리 보여 언제 어디서부터 이 길로 들어섰는지 모를 때가 있어. 마치 정신을 놓고 조금씩 사그러 들어 필터 앞까지 놓인 담뱃재를 쳐다 볼 때의 느낌이랄까. 삶을 규정 짓는 것이 곡절의 여정이 아닌, 합리적이고 타당한 목적과 명분이 아닌 즉물적 성과물의 단계로 환치된 것 또한 오래전 일일 진대. 이제와 새삼스레 길에서 길을 묻는 것조차 의당 어리석은 재귀호출에 불과할 테지만. 삶의 걍팍함과 비루함 속에 어차피 위안 삼아 보는 것은 하릴없이, 안일하지만 때론 환상의 여백을 남겨둔 과거형 시제 일 테니...
2004/10/22 13:47 2004/10/22 13:47



Posted by lunamoth on 2004/10/2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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