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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위의 이야기 : total 304 posts
2007/04/11 선연한 헛것 (6)
2007/02/06 취중진담 (10)
2007/01/27 진료 결과 (16)
2007/01/14 삼립호빵 (16)
2007/01/01 snip snap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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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연한 헛것  [길 위의 이야기]

손을 뻗어 9층을 누르려던 아이의 한 손을 꼭 잡은 어머니는 나부끼는 벚꽃을 보며 눈을 떠올렸고, 조금씩 흩뿌리는 비를 걱정하며, 우산을 챙기러 집으로 돌아섰다. 나는 그저 비를 맞으며 발길을 옮겼다. 비는 곧 그치리라. 현재 내선 봉천역에서 사상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그 관계로 열차 정차하고 있습니다. 사상 사고가 수습되는 대로 출발할 예정이오니 안전한 객차 내에서 대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출입구 옆 손잡이에 기대 반쯤 눈을 감고 평온의 늪에 빠져있을 때, 그 방송이 찾아왔다.

올해로 두 번째였으리라. 객차 내 모든 이들의 가슴 한켠을 휑하니 스쳐간 이름 모를 비보는 이내 무심한 기운 속에서 묻혀가는 듯했다. 마치 녹음이라도 된듯한 노련한 승무원분의 안내 방송이 여덟 번 정도 반복되고 승객이 어느 정도 들어찼을 때, 이윽고 문은 닫히고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 역은 역삼, 역삼. 요 며칠 새 머릿속을 알 수 없는 무게감으로 짓누르고 있던 어느 블로그에 남겨진 유서를 떠올렸다. 무엇이 나를 그곳으로 이끌었는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분명히 언젠가 내가 썼던 경망스런 글로는 결코 마중할 수 없는 나직한 침묵이었다.

시계를 바라보았고, 발길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비가 그치고 낮게 깔린 회색빛 오후가 다가왔다. 운행 지연과 짧은 인사만으로는, 채워넣을 수 없는 빈자리가 너무나 커 보였다. 허나 알량한 채무의식 속에서 형언하기 어려운 혼란의 귀퉁이를 찾아 지나간 이의 그림자를 쫓아가 보려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제각기 떨어져 나온 꽃잎들처럼 그저 놓아주면 될 따름인데 나는 왜 손을 뻗어 그의 흔적을 붙잡으려 하는 것인가. 닿을 수 없는 그곳을 바라보며 다음 열차를 기다리다 잠이 들것이다. 부디...
2007/04/11 03:15 2007/04/11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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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07/04/11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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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중진담  [길 위의 이야기]

언젠가 봤던 어느 블로그의 태그 라인을 아직도 기억해요. 예전에는 자신에게 실망했지만 이제는 동정하려 한다는 말이요. 취중에 이렇게 메모장에 끼적이는 얘기는 한순간 사라지고 말 개똥철학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지만, 요즘은 그런 걸 더 체감하게 돼요. 판에 박힌 경구이긴 하지만,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남을 사랑할 수 없다는 말이요. 언제나 해왔던 얘긴 것 같지만, 방황에 정착할 수 있었다는 점이 그 첫째이고, 아울러 시인과 부인의 적절한 점이지대를 찾아, 마치 임사 상태의 그 어느 누구 얘기처럼 나 자신의 밖에서 나 자신을 바라볼 수 있었다는 것을 두번째 행운으로 여기고 있어요.

언젠가 신발끈을 다시 묶을 때라고 내심 가열하게 다짐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제 그 단거리가 아닌 인생의 여정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찾은 것 같아요. 이런 잡다한 개인사를 보아 넘길 구독자 분께는 죄송스런 한낱 사변적인 소회일 따름이기도 하겠지만, 내일 술이 깨고 나면 후회할 예의 그런 포스팅 중의 하나겠지만, 그걸 느껴요. 나름의 변화를, 도전의 가능성을요. 늘 모처 얘기를 꺼내며 남들에게 읊어대는 기사회생, 인생극장 얘기처럼 한순간의 선택이, 한순간의 우연의 음악들이 쌓여 어느새 다른 선로로 기차를 향하게 한다는 것을요. 막차를 기다리는 사람, 사람들 속에 고민, 고민을요. 한차례, 한차례 순환, 순환선을요. 이제 그 모든 것을 긍정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요. 예전에 얘기했던 취중에 집으로 돌아가는 문제일 따름이라는 얘기를요.

언젠가 이미 정해진 루틴 속에서도 이렇게 글 쓰는 저와 옆자리에 안부 문자를 보내는 무릎을 훤히 드러낸 찢어진 청바지의 청년과 곤한 잠을 아니 쓰러질듯한 잠을 청할 수밖에 없는 앞자리의 여자분처럼. 이제는 확실히 알 것 같아요. 더는 떠돌지 않고 생동하고 있음을요. 지난번처럼 한껏 취해 미문을 급조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느껴요. 저는 살아 있고, 앞으로의 뜀박질과 박동은 계속해서 멈추지 않을 것이란 것을요. 아니에요. 저 정말 안 취했다니까요.
2007/02/06 01:26 2007/02/06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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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07/02/06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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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료 결과  [길 위의 이야기]

붉은 불빛을 직접 보시면 안 좋을 수 있으니 직접 보지는 마시고요. 언젠가 저런 모양의 스탠드를 갖고 있었던 기억이 났다. 아마 삼정 인버트 스탠드를 쓰기 전이었으리라. 자유자재로 고정되는 스탠드 갓 사이로 십삼 촉 백열전구가 명멸을 지속했다. 간단한 타박상입니다. 무릎 연골이 좀 나갔을 수도 있고요. 찌릿한 전기 치료를 마치고 따뜻하게 파고드는 적외선을 쐬고 있으려니 아침부터 노곤해져 오는 느낌이다. 생애에서 뭐든 한 번씩 경험해 보는 것이 좋다는 말에 들어갈 만할 괜찮은 예가 될 터이다. 엑스레이, 깁스, 물리치료 그리고... 아니 거기까지만. 이순신 장군과 같은 경우는 다리를 다쳐도 말을 타고 다닐 수 있지만, 또 일반인은 아니겠고요. 도레미파솔을 예로 들자면요. 도 정도 아픈데 솔↗ 이라고 외치는 분이 있는 반면, 솔 정도로 아픈데 도↘ 라고 표현하시는 분도 계시고요. 환자분이 어떻게 느끼시느냐가 아니라 상태가 어떤지가 중요한 것이지요. 금방이라도 채널을 돌리면 비타민에서 능변을 토해내실 것 같은 의사분의 능란한 진료가 이어진다. 별다를 것 없는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루틴대로 주사를 맞고 약을 탄다. 근육이완제와 소염진통제와 위장약을 받아들고 문을 나선다. 계단 등을 오르내릴 때 슬개골에 가해지는 하중이 몸무게의 7배라고 하면 490Kg인 셈이지요. 아무래도 계단으로 두 칸씩 뛰어가는 이에서 에스컬레이터에서 조용히 참고 기다리는 이로 당분간 변모해야 할 참인가 보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스턴트 연기를 했을 때 찍었던 무릎이 왼쪽이었던가?
2007/01/27 12:44 2007/01/27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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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07/01/27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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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립호빵  [길 위의 이야기]

그가 그러께 초겨울 오들오들 떨리는 예의 싱거운 목소리로 술 얘기를 꺼냈을 때, 난 따뜻한 오뎅 국물을 생각했다. 하지만, 늘 반 박자 앞서거니 뒤서거니 따라오는, 알듯말듯한 농담에 질 수밖에 없었다. 호빵에 맥주 한잔 어때? 내가 잘 아는 집이 하나 있는데. 삼립호빵이라고. 순간 더 없는 한기가 찾아왔고, 내심 만족스러운 표정의 그의 모습을 보며, 그저 한데 모은 새하얀 입김을 불어내며 지소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연말정산을 하다 생각나 전화했다는 말에 아무런 말마중을 하지 못했던 것처럼. 오도카니 포장마차에 앉아 있는 그를 바라보며, 햇빛 눈이 부신 그날 아침을 떠올렸다. 더 이상 무인도에 갇혀서 더블을 노릴 일은 없을 것이라며 고개를 주억거렸던 그날. 빈병을 기울인 술잔을 잡아내며, 계산을 치르러 했을때 그가 나직하게 말해왔다. 그 지갑 아직 가지고 다니니. 그래서 생각났어. 2005년 어느 늦은 겨울밤이.
2007/01/14 22:58 2007/01/14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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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07/01/14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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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ip snap  [길 위의 이야기]

"듣는 그를 위해 내가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하는 나를 위해 그가 들어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의식의 도착이 종종 찾아왔어. 들음으로써 그가 얻는 것보다 말을 함으로써 내가 얻는 이득이 크다면 누가 누구에게 의지하고 있는 거지? '듣는 자'가 아니라 '말하는 자'가 사람의 본성에 더 가까운 것이 아닐까……."

간만에 신년맞이 이발을 해봐야겠군요. 물론 빗자루 머리는 아닙니다만 :p

지난 한해 제 이야기를 들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올해에는 더 많이 듣고 배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소원하시는 일 다 잘 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D
2007/01/01 09:41 2007/01/0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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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07/01/0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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