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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12 : total 8 posts
2006/12/17 솔로는 즐거워 (12)
2006/12/10 무지개 여신 (10)
2006/12/04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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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로는 즐거워  [길 위의 이야기]

눈은 내리고, 지하철은 끊기고, 버스는 알 수 없는 노선뿐이고, 택시는 휭하니 지나간다. 그런데 이 즐거움은 뭘까. 모든 이를 위무해주는 눈을 맞으며, 하나 둘 집으로 떠나가는 순간에도, 발길은 가볍고, 마음만은 여전히 한껏 뛰놀고 있다. 8:35 타임 레코드에 이어진 텁텁했던 갈증과 소원한 외마디가 가슴 한줄기 생맥에 씻겨지고, 지난한 순간들이 눈 녹듯 풀어져 간다. 연예와 연애와 지질학자와 근본주의자를 넘어서 To Have or to Be? 까지 달리는 시간 속에서 재미목소리궤적을 찾는 이들이 한데 어우러진다. 가으내 묻어둔 여독을 풀며, 취기 어린 날숨을 내쉰다. 가식 없는 "고마운" 영화를 보며, 잠시 환상 속으로 틈입해 격정 어린 열창을 듣는다. 마리아 아베 마리아 저 흰 구름 끝까지 날아-. 이제 언젠가 말했던 명제를 수정할 시점이다. 커피 한 잔이 안겨주는 따스함의 문제도, 담배 한 가치가 타들어 가는 소모적인 투쟁의 문제도 아닌 울음과 웃음을 얼버무린 끝에 찾아오는, 포근한 눈을 맞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문제에 대한 것이라고.
2006/12/17 02:52 2006/12/17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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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06/12/17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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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지개 여신  [감상/영화/외...]

무지개 여신

프로듀서 이와이 슌지 말처럼 금방이라도 눈밭에서 '오겡키데스카'를 외치는 장면이 나올 것만 같은 영화 무지개 여신은 그 러브레터 시절 아릿한 감정을 그대로 간직한 채 한 꺼풀씩 이야기를 벗겨나갑니다. 토모야는 왜 '수평 무지개' 를 찍어 아오이에게로 보냈던 것일까, '스토커 시대' 스토남은 어떻게 해서 '코닥 걸' 감독의 '지구 최후의 날' 의 주연배우가 되었는가, 나츠마츠리에서의 여동생 카나의 알듯 모를듯한 미소는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아오이의 '실연' 상대와 토모야의 허언증 '연인'은 누구일까, 등속. 아오이가 토모야를 등 떠밀어 보내듯 하나하나 그렇게. 비 갠 오후의 담담한 투명함으로.

토모야는 대필 러브레터를 보다, 아오이가 남긴 메모를 읽어나갑니다. 참아낸 눈물에게 이쯤이라고 말하는 듯이. 그들을 안타까워하는 이는 카나 뿐만이 아닙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뒷장 스케치보다 무게감이 덜하다는 것을 차치하고, 그 불길한 무지개를 보며 비상금 만엔 반지를 건낼때 부터 그리 돌아올 것을 예상했던 이에겐 그 '우유부단하고, 끈기없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둔감한 녀석'이 더 없어 바보스러울 따름입니다. '돌아갈 수 없는 아픔인 듯 시린 추억이 가슴속에 남은 이"의 회한을 되돌려감는 데는 충분하지만, 내내 잔잔한 흐름의 에피소드 나열만은 아쉬울 뿐입니다.
2006/12/10 00:48 2006/12/10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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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06/12/10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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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감상/영화/외...]

약값 만원을 건내는 혜란에게 인구는 한동안 머뭇거리다 아무 말 못한 채 거스름돈만을 내밉니다. 약국을 나서며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트리는 혜란의 뒤편으로 애꿎은 돈을 바라보는 인구의 모습이 스칩니다. 목격자를 찾습니다 현수막 아니 어느 지하철 환승 통로에서 "피로에 지쳐 쓰러진" 강아지를 박스에 넣고 파는 할머니의 좌판처럼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애틋함이 순간 흐트러져 피어오릅니다. 그래요. 무슨 이야기를 해야 될까요. 여기까지만 하죠 우리. 라는 말 앞에서. "나도 쉽지가 않아요" 가 아니라 "우린 쉽지가 않겠어요" 란 말이 동대문 운동장 벤치 사이로 휑하니 퍼져나갈 뿐입니다.

히말라야와 즐거운 나의 집도 전혀 다른 얘기가 아닐 거에요. 혜란이 꺼내 입은 약사 가운과 또박또박 울려 퍼지는 국민학생 인섭의 목소리 같이 언젠가 꿈꿔왔고, 그러나 한편으로 대비될 수밖에 없는 과거와 현재, 오늘과 내일의 이야기인 듯싶어요.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그 둘의 쉴 곳은 탑탑한 드라이브인시어터 한켠 이었고요. 혹자는 여러 말 하겠지만, 그래도 이 영화의 진심에는 어쩔 도리가 없더군요. 이리 채이고 저리 걸리는, 결코 가볍지 않은 심산한 삶의 무게가 그 둘 사이를 돌고 관객 사이로 돌아 한줄기 메아리로 공명하고 있었지요. 씨발 좋다. 정상에서의 인구의 외마디가 그 어떤 비어의 범주를 넘어 한껏 멀리 날아가는 듯한 느낌을 주었던 것도 같은 이유였을 테고요. 이렇게 사는 이야기 속에 담아낸 살아있는 사랑 이야기에 잠시 흐무러지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은것 같아요.
2006/12/04 03:37 2006/12/04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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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06/12/04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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