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u n a m o t h  4 t h   |  COVER  |  TAG CLOUD  |  GUEST  |  RSS 


| 2006/08 : total 27 posts
2006/08/26 함박스테이크 (6)
2006/08/23 Blue Velvet (1986) (13)
2006/08/23 내 청춘에게 고함 Don't Look Back (2006) (2)
2006/08/22 빅 리버 Big River (2005) (4)
2006/08/22 빛의 제국 | 김영하 (8)

 1     2     3     4     5     6   

◀ Newer Posts  |  ▲TOP  |  Older Posts ▶

| 함박스테이크  [길 위의 이야기]

그는 함박스테이크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리고는 햄버거 스테이크가 아닌 "함박" 스테이크 임을 강조했다. 순간 포크커틀릿이 돈까스로 전이되는 과정이 머릿속에서 떠올려지면서 함박 아니 소박한 웃음을 지었다. 3분 즉석요리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말하자, 그렇게 냉소적일 필요는 없다며, 귀여운 게 장난감 음식 같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것이었다. 기내식과 3분 요리 그 어느 언저리에 있을 함박스테이크를 바라보면서, 느닷없이 "옛날" 돈까스를 먹으러 가자던 그와 "신세대 장병 입맛에 맞는" 일주일에 두 번씩 나오던 돈까스를 원 없이 먹었다는 그가 겹쳐 보였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문득 조악한 음식을 B급 영화를 보듯이 즐기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취향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아무리 흉내 낸다 하더라도 별수없는 모사의 한계를 말하고 싶은 것일까? 누군가를 따라다니며, 그 비슷한 이름이라도 얻길 바랬던 것일까를 고심하고 있을 때 그가 말했다. 여기 단무지 좀 더 주세요.
2006/08/26 23:46 2006/08/26 23:46



tags: ,

Posted by lunamoth on 2006/08/26 23:46
(6) comments

| Blue Velvet (1986)  [감상/영화/외...]

블루 벨벳》은 내게《영 인디아나 존스》 와 『머스그레이브 가의 의식문』처럼,《트윈 픽스》의 FBI 요원 데일 쿠퍼의 유년기 에피소드, 프리퀄로 다가왔다. 그 "이상한 세상"의 "미스터리"에 매혹되어 "꿈"같은 120분이 흐르고 나자 어느새 영화 속에서 벤이 립싱크하던 로이 오비슨의 In Dreams 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I close my eyes. Then I drift away into the magic night...

2006/08/23 22:41 2006/08/23 22:41



tags: , , , , , , ,

Posted by lunamoth on 2006/08/23 22:41
(13) comments

| 내 청춘에게 고함 Don't Look Back (2006)  [감상/영화/외...]

2006.07.13 개봉 | 18세 이상 | 126분 | 드라마 | 한국 | 국내 | 씨네서울

"말련의 비애"를 이토록 잘 그려낸 영화가 또 있던가? 김병장 (김태우 분) 의 말년 휴가를 보고 있노라니 앞서 두 에피소드는 그대로 뇌리 속에서 지워지는 느낌이었다. 물론 라디오 정보센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방 폭행 사건 (이상우 분 에피소드) 과 마지막 "불륜남"의 "철로에 귀 기울이면" 얘기 (김혜나 분 에피소드) 가 앞선 이야기들을 상기시켜 주긴 했지만, 그 어찌할 수 없는 동질감이 절절히 다가와 하나의 독립적인 단편처럼 느껴졌다.

모두가 날 못 알아보는 악몽을 꾸고, 정체된 자신과 달리 앞서가는 군상 앞에서, 달라진 사회에서 소외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김병장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정읍행 열차표 두 장이 담긴 아내의 핸드백과 결혼식 대리인 역 뿐이었다. 하릴없이 옛 이야기만 풀어내며, 책을 펄럭여 비상금을 확인하고, 취업에 필수라는 책을 사며, 부서진 우산을 들고 담배를 피울 수밖에 없다. 결국 애써 아내에게 말을 꺼내지만, 진실이 담보하는 것은 믿음이 아닌 불확실한 유예였다. 불확실함 속에 단 한 가지 분명해 보이는 것은 김병장의 제대 장면에서는 잔뜩 힘주어 애인에게 하는 전역 신고와 따라오는 눈물어린 감격의 포옹이 아닐 것이란 정도.

김병장의 휴가, 아니 대개의 휴가가 후임 이상병이 광을 낸 전투화와 휴가병이 의례 들고 다니는 쇼핑백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잔뜩 기대감에 부풀어 준비를 해도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는 것처럼, 겉은 그럴 듯해도 막상 들어있는 일속은 뻔한 물건들뿐인 것처럼. 1541 뒤에 늘 주저함이 따라다녔던 이들에게는 지리멸렬한 김병장의 일상이《용서받지 못한 자》보다는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테고.

극장을 나서며 또 다른 김병장이 생각났다. 서른의 인사과 김병장. 두 아이의 다감한 아버지였을 그는 연병장과 정비대 배차실을 가로질러 근무자 인솔을 하는 "개념 없는" "물상병"에게 "개스"를 뿌릴 줄 아는 고참이었다. 참으로 유했던 그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2006/08/23 00:36 2006/08/23 00:36



tags: , , ,

Posted by lunamoth on 2006/08/23 00:36
(2) comments

| 빅 리버 Big River (2005)  [감상/영화/외...]

2006.08.17 개봉 | 12세 이상 | 104분 | 드라마 | 미국 | 국내 | 씨네서울 | IMDb


아이맥스 스크린에서 나올법한 광활한 사막이 펼쳐진다. 그 서부극의 무대 모뉴먼트 밸리를 세 명이 걸어간다. 별다른 목적 없는 여행자 일본인 백팩커 텟페이 (오다기리 죠 분), 아내를 찾기 위해 파키스탄에서 온 알리, 트레일러 촌을 떠나길 꿈꾸는 미국인 사라. 그들의 여정이 아름다운 풍광과 고요한 테마, 길고 긴 컷에 담겨 부담스레 전해져 온다.

사막의 황량함이 "슬픔으로 찬" 그들의 인생 속으로 스며들고, 동으로 향해, 뉴욕으로, 종국에는 아이슬란드로 가려 하는 텟페이에게 사라는 매료된다. 평범치 않은 그들의 국제적 조합은 풍요의 땅의 기시감을 불러오기도 하면서, 어느새 묘한 유대감으로 채워지게 된다. 말은 머뭇거리고 소통은 종종 비켜가지만 그들은 결국 함께 일몰을 바라본다. 알리는 집으로 돌아가고, 사라 역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 뒤로는...

문득 사막이란 곳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늦기 전에. 약기운의 노곤함 속에 영화를 봐서 그럴까? 아니면 오다기리 죠의 여유로움에 빠져든 것일까?
2006/08/22 23:02 2006/08/22 23:02



tags: , , ,

Posted by lunamoth on 2006/08/22 23:02
(4) comments

| 빛의 제국 | 김영하  [나의 서재]

Empire of Light (L’Empire des lumières), 1953–54. René Magritte.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라는 폴 발레리의 시구처럼, 그는 운명을 잊고 있었지만 운명은 그를 잊지 않고 있었다."

2006.08.21 PM 9:36 해산물과는 일면식도 없이 바다이야기가 끝나고 얼마후 참여정부 들어 첫 "직파 간첩"의 검거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고 열하루를 끌어왔던『빛의 제국』의 여남은 페이지를 마저 읽었다. 현실 속 노동당 35호실 공작원 정아무개는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었고, 소설 속 130연락소 출신 김기영은 새로운 하루를 맞이한다. 작가의 말조차 없이 24 를 연상케 하는 디지털 시계로 된 목차 속에는 단 하루가 주어진 남자의 일상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아니 한 남자의 예전과 다른 일상이, 일생과 함께, 그 주변의 모든 이들의 점묘화와 함께 그려지고 있었다.

평범한 영화수입업자 기영, 수입차 딜러 마리, 바둑 소녀 현미와 친구 아영, 대동 TNC 소속 박철수, 포르노 중독 영화사 직원 위성곤, 국어 교사 소지현, 철이와 늘 함께 사는 진국, 이상혁 라인의 130연락소 동기 정훈, 마리의 정부 법대생 성욱, 별도의 라인이었던 이필 동무, 두더지 (mole) 북극성, 오타쿠 태수, 쓰리썸의 일원 판다, 회색조끼 정팀장이 씨실과 날실로 엮여져 잠복하고 미행하며, 첩보하고 회유한다.

전체적인 줄거리와 세세한 감상을 제대로 쓴다는 것은 바다이야기에서 고래 세 마리가 나올 확률 정도로 무리일 테고, 거기다 나름대로 술술 "읽히는 이야기"에 빠져들었던 내게, 김영하의 고언이 다가와 발목을 잡았다.

"이 소설은 엄밀한 의미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없다. 아니 있지만 계속해서 그것을 지워나간다. 마치 에셔의 판화 같은 구석이 있다.『검은 꽃』을 쓸 당시 나는 이런 고민을 했었다, 과연 인간들이 먼 곳에서 허망하게 사라진다는 것, 그래서 완전히 잊혀진다는 것, 그 허무함을 지문이나 대사로서가 아닌, 형식으로 보여줄 수는 없을까?『검은 꽃』은 1부가 2부보다, 2부가 3부보다 짧다. 특히 3부는 극단적으로 짧다. 그런 기우뚱함, 불균형, 뭔가 더 얘기되어야 할 것들이 되지 않은 듯한 느낌은 어떤 면에서 그런 고민의 산물이었다.『빛의 제국』역시 주인공의 의도와 의지, 그의 소통은 보이는 차원에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차원, 즉 주인공이 의식할 수 없는, 그에게는 4차원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는, 주인공의 외부에 위치한 소설의 구성과 형식을 통해 서서히 허물어져 나간다. 소설적 현대성에 대한 이런 지향이 제대로 실현됐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이 소설을 읽음에 있어 <이야기>에만 집중하지는 말았으면 하는 것이 작가로서의 바람이다. 물론 이 소설은 <잘 읽>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감히 말하건대, 만약 이 소설이 잘 읽힌다면, 그 순간 당신은 이 소설을 잘못 읽고 있는 것이다."
- 김영하「만약 이 소설이 잘 읽힌다면」작가세계 2006년 가을호


독자의 알권리와 카프카, 그리고 B급 영화 by 김영하
2006/08/22 22:12 2006/08/22 22:12



tags: , , , ,

Posted by lunamoth on 2006/08/22 22:12
(8) comments

lunamoth
Textcube

Profile
Contact



Suede
brett anderson

lunamoth on Twitter
Miranda NG

Follow @lunamoth
http://feeds.feedburner.com/Lunamoth
follow us in fee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