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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5/29 : total 1 posts
2006/05/29 슬로우 불릿 | 이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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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로우 불릿 | 이대환  [나의 서재]

다소 경망스럽게도 주인공의 이름 익수를 본 순간 떠오른 것은 Blood+ 의 익수(翼手) 였다. 하지만 소설이 진행될수록 한편으로는 Blood+ 1기 베트남 시기의 에피소드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전쟁의 잔상과 그로 인해 끝없이 이어지는 상쟁과 생채기들. 짐짓 굵은 목소리로 극 전반을 관통하는 데이비드의 "끝나지 않은 전쟁, 끝나야 할 전쟁" 이란 레토릭도 소설 속으로 투영되어 새롭게 의미를 찾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아들 영호는 묻는다. 도대체 뭐가 잘못되었던 것인지. 베트남전 화학병 출신 김익수는 왜 "서서히 그러나 마침내 심장에 박히는 총알" 슬로우 불릿을 끌어안고 살아가며, 하반신 마비가 된 자신은 왜 매몰찬 작별사¹ 를 남기며 기도원 속으로 삶을 옮겨가야 했는지를. 그리고 우리 더 이상 "당랑거철"하지 말자고 말해야 하는지를... 영호와 함께 호랑이 꼬리, 호미곶에서 일출을 기다리며 익수는 "밀림의 타는 혼백"에 대한 고해를 하고 쇳물처럼 붉은 해를 맞이한다. 자신의 영혼을 태우고 있다면 항상 저렇게 붉은빛이 곁에 있을 거라는 영호의 말을 들으며.

어쩌면 그 해맞이 장면부터 결말은 지레짐작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당연한듯 싶지만 강렬한 분출을 보며, 가슴 한켠이 저려오는 것을 감내해야만 했다. 그 "서럽고도 아린" 이야기는 출간된 지 5년이 지났어도, 아니 Agent Orange 는 전후 30년이 지나도 현재진행형일테니. 박찬욱 감독의 영화화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방현석의 시나리오만이 남은 것 같지만, 이대환의 소설 슬로우 불릿 속 영호의 "삶을 태우는 붉은 빛깔의" 분노는 여전히 살아숨쉬고 있었다.


¹ "인간적 관심에는 쇠토막처럼 둔감하고 정치적 계산에는 성감대처럼 예민한 인간들이 이 나라의 권력자들이지요. 그들의 성감대가 제때 흥분해서 고맙게도 엄마의 짐을 가볍게 해주는군요. 나도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아버지, 그때 경부고속도로에 가서 참 잘 싸웠습니다. 안 그랬으면 엄마의 허리가 부러지거나 내가 굶어 죽거나 양자택일을 해야 할 뻔했잖아요? 다른 생각은 마시고, 두 아들 중의 하나는 출가를 해서 도 닦는 공부를 하게 되었는데, 일찍이 아버지가 베트남전에 갔던 덕분에 든든하게 뒷바라지를 맡을 수 있구나, 이렇게 생각하세요."
2006/05/29 22:53 2006/05/29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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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06/05/29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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