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그분과 박죠의 한편의 드라마도 보고, 간만에 게임 쪽도 찾아봤습니다. DS2를 한번 해볼까 생각하고, 느긋하게 설치과정을 바라봅니다. DS1을 은근히 즐겼던 기억을 떠올리며. DS1, 그 단순한 용불용설 시스템과 제 딴에는 화려한 그래픽에 매료됐었습니다. 방대한 3차원의 맵을 휘젓고 다니며 오랜만에 RPG의 세계라는 것에 빠져들었고요. 비슷한 시기에 나온 D&D 3rd 룰의 NWN 도 얼마간 했었지만 그리 큰 감흥은 없었습니다. 다만 약간의 TRPG의 향수만이 묻어 나왔을 뿐. 역시 짜인 룰보다는 가볍게 즐기는 쪽의 유희가 큰 것 같습니다.
경고창. 2Ghz 시스템을 추천합니다. 그걸 이제사 얘기하면 섭하지. 게임은 시작되고 예의 장려한 더빙(김기현님?)이 흐르고 동영상에서 3D 렌더링으로 넘어갈 때쯤 아니나 다를까 버벅거리기 시작하더군요. 생소한 종족들에 낯선 느낌을 받긴 했지만 뭐 그런대로 특유의 단순함은 느껴지더군요. 스킬 트리도 생긴 것 같아 당황스럽긴 했지만은요. 뉴비 트레이닝, 간단한 퀘스트를 해나가고 있는데 뭔가 이상하더군요. 저 혼자 열랩중인 NPC 동료도 마뜩찮고, “찍어주는” 이동 방식도 낯설더군요. (옵션에 키보드 이동이 있을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 혼자 무심히 칼질을 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못 참겠더군요.
어쩌면 키보드와 마우스를 오가며 방향과 시점을 제어하는 순간이 낯설어져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긴 느긋하게 대세를 조망하며 한수 한수 두어가는 턴제 시뮬의 취향이 이미 자리 잡아 더 이상 새로운 체계가 파고들 곳이 없어서 그런 것도 같고요. “완벽한 다원성” 하고는 거리가 먼 “엄정한 등시성”의 시간을 아직까지 예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단순한 헥사맵을 그리워하며, 내키는 대로 pause 가 가능한 그 고즈넉함을 버릴 수 없었나 봅니다. 게임을 못 따라가고 있는 것은 시스템만이 아니었습니다.
대지는 어느새 백색으로 물들고 다음 명령을 기다립니다. 때는 강원 산간 지방에 첫눈이 내린 AD 189년의 초겨울입니다.
1
◀ Newer Posts | ▲TOP | Older Posts ▶
| 유비님, 6. 평원에 명령을 (0-9)? <blink>_</blink> [감상/게임]
2005/10/23 04:33
2005/10/23 04:33
Posted by lunamoth on 2005/10/23 04:33
(10) comments
1
◀ Newer Posts | ▲TOP | Older Posts ▶
◀ Newer Posts | ▲TOP | Older Posts ▶
Copyleft ©, CC, 2000-, Lunamoth. All Lefts Reserved.
Powered by TEXTCUBE 1.7.9 : Con moto, Designed by jucina.
Profile
Contact
Contact
|
lunamoth 4th - 최근 글
스웨이드 내한 공연 (Suede...
탭댄스 ver 2.6 (구글 크롬... (1) 2023년에 구매한 것, 듣고,... lunamoth @ Threads lunamoth @ Bluesky 미밴드7 아날로그+디지털... 2022년 구매한 것 중에 마...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용... (2) lunamoth 뉴스레터 (3) Suede - Autofiction 헌트 HUNT (2022) 미밴드7 1주일 사용 장점/... 2021년 구매한 것 중에 마... 트위터 스페이스 사용법,... 2020년 구매한 것 중 마음... 2020년 영화 베스트 Top 5 #WoW 어둠땅 암사 단축키 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 블로그에서 Olark 메신저창... 블로그에서 트랙백 주소 제... (1) |
- Recent Comments |
Claude 로 만드는 유저스크... by lunamoth at 08/09 날렵하고 깨끗한 윈도우를... by lunamoth at 08/09 백만년 만에 와우 암사 단... by lunamoth at 08/03 와우 탈것 363개 중 즐겨찾... by lunamoth at 08/02 구글 크롬 확장 프로그램 2... by lunamoth at 07/26 구글 크롬 갑자기 사이트... by lunamoth at 06/10 2024년 2월 13일 오후 7:33... by lunamoth at 02/13 안전한 온라인 생활을 위한... by lunamoth at 2023 |
Follow @lunamo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