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새로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끊임없이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궂은일을 도맡아가며 모든 공을 동료에게 돌리며. 묵묵히 내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내게 남은 건 예전과 똑같은 허름한 옷뿐이었다. 종종 쫓겨나기도 하고 종종 가당찮은 질책을 들을 뿐이었고, 조금씩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무엇 때문에 내가 뛰어다니고 있는지에 대해서... 누구를 위해 나의 공을 남에게 돌리고 있는지를... 늘어가는 담배와 초라한 성과 앞에 남루한 패배감만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누군가 말했었지 "1할 2푼 5리의 승률로, 나는 살아왔다."라고...
이제 그만 두려한다. 모든 이들을 뒤로 한 채 언제 그랬었느냐는 듯이 담담히... 그럼 모두들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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