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나절 할당된 위장목 작업을 마치고 진지 전방에 설치된 낙석 뒷편으로 다시 모였다. 얼마 안있어 닷지가 저편에서 앝은 모래를 끌며 올라오고 있었다. 식사추진. 넓게 틔인 맑디 맑은 하늘 아래 어느 오후녘의 공기속에서 아직 한겨울의 얕지만 살갗으로 파고드는 찬 미풍이 불어오고 있다. 8절 8매의 김을 날리지 않으려 애쓰는 한 유탄수가 보인다.
처음으로 ○고지에 올라왔을때 한 고참이 그를 이끌고 교장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곳으로 데리고 갔었다. 그리고 그에게 지난 날의 행보를 사뭇 과장스레 읖조리며 나름의 충고를 덧붙이기도 했다. 그 회한의 아련함과 "밥"을 초월한 교감에 그는 꽤나 감격스럽기까지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마도 그 날이 처음이였으리라. 오랜만에, 깊숙이 들여 마신 연기로 인해 약간의 혼미함이 따라왔을 때가. 그 맛을 잊진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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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느 오후 길을 지나며 약간의 전율을 느꼈다. 한 군인. 얇디 얇은 정장과 약장 그리고... 저 부대마크와 저 비표... 아직도 밤새 산마루를 오르내리고 있을까. 며칠간 쌓은 돌무덤이 아직 남아있기는 할것인가... 등 일속. 어느새 그 위장복 뒷편으로 닷지 한대가 덜컹거리며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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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오후 [자전소설]
2005/03/04 22:14
2005/03/04 22:14
Posted by lunamoth on 2005/03/04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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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성계수 [자전소설]
이런 거지. 팽팽하게 양쪽에서 잡아당기는 거야. 언제 끊어질지는 아무도 모르지 다만 최대한 길게 늘여지는 순간 그 순간만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간격을 넓혀 가는 거야. 아니 요지는 그게 아니라고. 한순간 그 모든 긴장감이 일거에 풀려버리는 순간 탄성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이 중요해 어느 쪽으로 끌려갔는지, 끊어진 부분의 자취는 어떤지 그건 별 소용이 없어. 단지 치솟아 오른 팽만한 긴장상태의 해소에서 오는 그 여운만이 그 빈자리를 채울 뿐이야. 그냥 절단해서는 결코 안돼. 기나긴 팽창상태를 못 견뎌 포기해 버린다면 후일 단지 잘려버린 두 가닥 선이 남아있을 뿐이야. 잊지 말라고 끌어당길 때 걱정해야 될 것은 잘려진 선의 자취가 아니라 한치 정도 늘어난 길이와 달 뜬 상태에서의 급전직하로 인한 공허함이라고. 그 공간을 메울 수 있는 것도 결국은 차곡차곡 쌓아둔 내압의 흔적들 일 테고. 그래 그래서 당길 거니? 자를 거니? 언젠가 끊어지더라도 말이야.
2005/03/04 02:00
2005/03/04 02:00
Posted by lunamoth on 2005/03/04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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