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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08/05 : total 1 posts
2003/08/05 루모씨의 일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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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모씨의 일일  [자전소설]

루모씨의 일일

그는 아직 실감조차 나지 않았다.
이곳에서 떠나와 또다른 이곳으로 올 수 있다는 것이...

기상과 함께 시작된 그의 일일은 예정된 루틴을 벗어나 있었다.
두세번 입었을까 한 "so-called" A급 전투복에 며칠전에 대강 딱아
두기만 해도 예전에 光이 살아난 A급 전투화를 신었기 때문이다.
무엇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것일까.

여전히 점호는 열외. 집무실로 직행했고, 이른바 세팅을 끝내놓고
중대로 복귀한다. 오전 청소의 흔적이 그를 반겨 주었다. 금방 씻어낸
청결함이. '에무십육'도 시건해제 해놓았고, 이제 그를 기다리는 건
신고와 휴가증뿐. 아침 뉴스는 건조하게 그날의 날씨를 말해주고 있었다.
비가 올것인가. 때이른 행복에 젖기도 잠시 불운의 전조부터 생각하는
건 역시 그였다.

그는 좌측인지 우측인지 복도 끝으로 나와 아침 담배를 물어든다.
두명의 박병장이 나와 있었다. 충성. 몇마디가 오갔고 '독한놈' 이란
단어도 나오지만 내심 순순히 인정한다. 203일. 오래도 있었지.
자의로든 타의로든. 그는 여기서 느낀것을 간단명료하게 인용할수 있다.
"인생의 길이 자기에게 있지 아니하니 걸음을 지도함이
걷는 자에게 있지 아니 하나이다" 인사와 악수가 오갔고, 진원사님을
기다린다.

출타자는 중대행정반으로 오시기 바랍니다.
4월군번 전이병의 목소리.

4명, 신고는 간단하다. 의례적이나 함의적이고 내포적이다.
하긴 요즘 8시다 9시다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그럴수록
멀쩡히 잘하고 있는 놈들만 ooo 까는 것이다.

그는 총을 맡기고 휴가증을 받았다. 주민등록란은 비어있다.
어딘가에 보관되어진 그 숫자들 대신 군번만이 자랑스레 쓰여있다.
이제 그를 인증해줄것은 이것뿐인가.

다시 집무실에 들러 계원들에게 인사를 건내고 oo실장에게
보고 하고 나온다. 차비를 걷네 받는다. 요식적이긴 하지만
아울러 긴요하긴하다. oo후에 oooo님께 마지막으로 인사드린다.
언제와? 갔다와! 짧고 간단하다. 그런 그와 함께한지도 어느새 7개월이다.
이제는 특별히 바라는것도 없다. 그분은 그렇게 생존해왔을것이다 지난 33년동안.

SM5. 서문을 나간다. 건빵은 반출금지란다. 그걸 모를 그도 아니다.
그리고 나간다. 온갖교통수단이 이어진다. 택시, 시외버스, 택시, 기차, 지하철
환승 그리고 환승. 그렇게 반나절이 지나 도착한다. 그래서 그에겐 외박은
생각못할 용어이다.

오전에 구병장이 아침을 샀다. 기사식당 TV속의 MH의 자살소식이
들뜬 마음을 뭉개고 있었다. 그도 오늘치 36명 중의 한명일까. 경중을 따진다는
것이 어리석게 느껴지며, 가까이 접했던 사고사례의 글귀들이 뇌리를 스친다.
도올은 "그의 개인적 실존의 후퇴로 해석할 수는 없다. 그를 죽음으로 휘몰아
넣은 우리 모두의 실존을 반성해보아야 한다." 라 했지만 그 자신의 실존은
과연 무엇인지도 인지하기 어렵다. 보관된 주민등록증인가, 은목걸이에 아로새겨진
군번인가, 이도 저도 아니면 실체없는 이곳의 이드(id)인가.

그 일일에 한명은 세상으로 나오고 한명은 세상을 떠났다. 이 간혹스런 간극을
생각하는 건 잠시 그가 기차오르자 잠이 스며든다.

변한것을 따지는것은 우스운 일이었다. 서울역사가 '신축' 되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신경쓰지도 않았을 금연구역의 확대가 그의 욕구를 가로막고
있었다. 지하철 700원. 책을 한권샀고 노란 석간신문을 사서 행간을 읽고 있다.
내가 떠나온 그곳도 파장이 있겠지란 생각을 하며...

oo역 영화관에서 표를 2장 끊고 집으로 향한다. 이상하다. 두번째, 그리고 얼마
정도나마 긴 휴가에서 오는 여유랄까. 즐길수 있는것을 먼저 생각하다니, 지난
11개월동안 잊고 있었던 것이였는데.

오랜집에 적응하는것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나한 회포를 풀며
가족이라는 온기를 느낀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가까워진다. 그게 K대를
다니는 사람들의 역설일것이다. 그의 창을 부팅시키고 접속을 준비한다.
텔넷이 사라지고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 그렇게 하나둘 흔적조차 없이 스러지고
후일에는 추억만이 아로새겨진다. 그 법칙은 멀리 떠나가도 변하는건 없다.

이런저런 소포들이 쌓인 숙제를 풀어달라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집에 오는 길에 사온 고기김밥, '사제'라는 맛을 즐기며 오랜만에 느끼는 여유를
즐겨본다. 그는 oo실에 전화를 걸어본다. 의외로 'oo씨'가 받는다. 부러워하는
어감. 싫지만은 않다. 본의아니게 미안해지기도 한다. 그는 여전히 주말에도 운행을
나갈것이며 2년생 슬럼프(상병)에 힘들어 할것이다. '전역만이 살길' 인것을 다시
확인하며...

그는 그 후로 두편의 영화를 봤다. '똥개' 와 '싱글즈'
과장없는 진솔한 일상과 연기에 매료되었고 '정치적으로 올바른' 결론을
향하지만 일과 사랑속에 헤매이는 우리네 모습에 동의 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는 아버지를 생각했다. 이제는 아무 말 없이 담담히 수긍하기만 하는,
지난 권위를 잊은 그를. 똥개의 차반장속엔 그의 아버지가 묻어나와 비춰지고
있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하나의 화두가 돼버린 동거와 동어반복의 환상만 남아 있는
싱글맘의 흔적을 다시 발견하고는 이내 원작을 생각한다. 일드?.
나난의 유쾌함은 쉽사리 즐겨볼만은 했다고 생각하며 극장을 나선다.

서른하나에서 망고탱고와 레몬의 더블주니어를 사들고 집으로 향한다.
내일이면 또 중국으로 떠날 그의 누나를 위해...

그는 맥주한캔를 들며 복귀를 자축한다. 그래도 아직 그에겐 남은것이 있다고.
잃어버릴수 없는 것들. 그의 살아갈 生과 돌아올 家와 남겨진 友와 잃지않을 冷과笑
들이 있다며...

그리고 그가 떠나온지 오래된곳에 자취를 남기며 그의 생각들을 바다의 한편으로
편입시키고 있다. 언젠가부터 그래왔듯이...

오전 1:54 2003-08-05 lu모씨...
2003/08/05 07:06 2003/08/05 07:06



Posted by lunamoth on 2003/08/05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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