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을 뒤늦게 꺼내든 그에게 당혹스런 여름이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이른 감이 없지 않을까 했던 반팔 남방 만이 따사로운 그 금요일 오후를 반갑게 맞이 하는 듯 했다.
금요일 오후, 마음이 가볍기 그지 없을만도 한데 그의 감정선들은 알수없는 오류등의 팝업창을 띄우며 다운되기 시작했다. 그 복구불가능한 얕지 않은 감상의 늪으로... 무엇 때문일까?
쇼핑을 하면 좀 나아 질까 싶었다. 그 동안 벼르고 있던 책들을 하나 둘 생각하며 대형 서점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의 손으로 직접 고른 책을 꺼내들고 책장을 하나 둘 넘기며 잠시 글의 내음을 맡는 순간, 그 순간에 중독된 것이 오래전 부터 그의 발길을 멈추게 했을 터였다.
허나 도서위치출력지는 그런 그에게 흡사 조소를 보내는 듯 했다. 베트남인이 쓴 베트남전을 다룬 소설이 해외 에세이와 국내 소설의 탈을 쓴 채로 그를 불편한게 만들었다. 흥취를 잃은 그는 이내 책찾기를 포기하고 북마스터에게 부탁을 했다.
그리하여 책 몇권을 바리바리 싸들고서는 다시 추방된 사람들이 밀려오는 지하던전 속으로 향했을 즈음, 그에게 엄습해 오는 건 양식을 채운자의 포만감이 아니라 도서정가제를 충실히 자행한자의 자괴감이었다. 다운된 기분 사이로 오천원 선에서 멈춘 마일리지와 캐시백 포인트가 딱 그만큼의 무게를 더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는 알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소위 지름의 충복하며 잠시 마음을 맡겨 봐도 돌아오는 건 결재완료 문자메시지 뿐이란 것을...
그가 탄 지하철 속의 때이른 냉기가 한줄기 환기의 바람을 넣기라도 한것일까... 그는 서서히 깨닫고 있었다. 그 자신의 것이 아닌듯 돌아가는 시간과 그 시간 속을 배회하며 또 용인 할 수 밖에 없는 불가역성에 넌더리를 치며 자학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금요일 늦은 저녁 반팔 남방에 묵직한 책꾸러미를 손에 든 그 남자뒤로 얕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다. 점멸을 지난하게 반복했을 가로등 아래서... 나약한 영혼의 그림자와 함께...
- Tungsten C
| 얕은 그림자 [자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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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2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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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05/04/2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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