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산하던 날 부대장이 내게 결의를 물었을 때 내가 뭐랬는지 알아요? 그건 아저씨도 모를 거예요. 난 백삼십칠명의 '박정희군인'을 죽이겠다고 대답했어요. 복수를 위해서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부대장이 꾸짖었지만 내 마음은 확고했죠. 내가 하나를 죽일 때마다 그날 죽은 마을사람 한명이 비로소 다음 세상으로 가는 계단을 밟고 올라갈 수 있다고 말예요. 생각해보세요. 내 동생과 어머니가, 우리 마을 사람들이 어떻게 죽었어요? 나는 단 한개의 계단도 깎지 않았어요."
랍스터를 먹는 시간, 방현석
랍스터를 먹는 시간, 방현석
순간 당황했다. 책장을 넘기다 눈시울이 붉어지기는「패자부활」이 후 처음이었다. 모르는 새 내재된 알량한 부채의식인지 아니면 "더 큰 외로움을 불러들여 외로움을 견디"려는 간사한 감정의 술책인지 가늠하기가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