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에게나 코너 스툴은 존재할 것입니다. 안간힘을 다해 치고받고 싸우더라도 어느샌가 공이 울리면 돌아갈 그 곳.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고 일말의 기력을 보충하며, 짧지만 그 어떤 말보다 효과적이고 간절히 다가올 몇마디의 조언을 들을 수도 있을... 수건을 던지기엔 아직 이릅니다. 든든한 조력자를 넘어 희망을 발견하고 인생의 의미를 선사해준 이가 있는 한...
한차례의 열정속에 세월의 무게를 더한 이에게도 어느덧 그녀 앞에서 오래전의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럼에 짐짓 모른척하며 길은 인도하게 되는 것이겠고요.
간절히 쌓아 올린 공을 일순간에 빼앗겨버리는 세상의 횡량함과 어느새 단절되어 버린 혈육의 정이란 것 앞에서, 그리고 탈출구 없는 일상과 의미를 잃어버린 가족이라는 단어 앞에서, 권투속에서 현실을 불태워 갈 의미를 찾는 그들의 모습은 일견 닮아 있습니다. 그리고 권투를 넘어 그 교감은 더 없이 소중할 연을 이뤄갑니다.
양말을 붙잡고 두덜거리는 오랜 친구간의 대화속에선 늘 뒷짐지워진 그림자의 여운이 담겨있는 듯 합니다. 지난날의 자책과 열정의 그림자 속에, 둘의 말 마중 속에 숨겨진 애뜻함이 묻어 나오곤 했습니다.
하루하루를 씹어 삼켜가면서도 쉼없이 의지를 불태워가고, 그리고 끝내 이겨가며, 기억속에 간직할 일생의 한 지점을 그려나갑니다. 더 없이 시원하게 내지르는 동심원의 궤적들을 지켜보며...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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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게 깔린 그의 음성이 언제나 그렇듯 모든 것을 반추하게끔 합니다. 때론 아파하고 때론 즐거웠던, 그 누구보다 간절하게 꿈꾸며 간절하게 기도했던 이를 얘기합니다. 그럼에 아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쓰러지고 아파하며 또 일어나고 엷게 웃음짓는, 이는 또한 다름 아닌 누군가에 이야기도 될테니까요.
[TB] <밀리언달러 베이비> by 달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