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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경 めがね (2007)  [감상/영화/외...]

2007.11.29 개봉 | 연소자 관람가 | 106분 | 드라마,코미디 | 일본 | 국외 | 씨네서울 | IMDb

めがね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 바닷가에 자리 잡은 민박집, 하마다의 별칭을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요양원, 재활원, 안식원? 어느 단어든 명징하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그저 바람조차 쉬다 가는 곳, 하루 내내 꾸벅꾸벅 조는 듯한 봄 바다 곁에서 영원히 머물러 있을 것 같은 곳이 더 어울릴 따름입니다. 언젠가 술기운에 꿈꿨었던 "바다 곁에서"의 그곳과 조금은 닮아있을지 모르겠고요.

강아지 코지가 뭔가를 숨기는 버릇이 있지만, 또 어느샌가 숨긴 것을 잊어버리고 마는 것처럼, 타에코가 사쿠라의 자전거 뒤편에 타고자 가지고 온 큰 트렁크를 잠시 내버려둬야 하는 것처럼, 잠시 짐을 잊고, 휴대폰이 통하지 않는 곳을 찾는 (단절이 아닌 잠시간 단락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위안처입니다. "컨셉"을 흉내 내는 것에 그치는 여느 "~체험"과는 궤를 달리하는 그런 조용한 습관들의 모임이라 할 수 있겠고요.

그 편안함을 그리며, 잠시 위로받는 순간은 그리 나쁘진 않습니다. 그래도 이내 혼란에 빠져버리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하마다에 완전히 빠져서 실제로 가고시마의 요론섬 찾아 나서기도, 그렇다고 하마다를 믿지 않고, 인물들의 배경을 어림짐작하고 티끌들을 뒤짐질하는 것도 분한 일이니 말이지요 K

그렇다고 워커홀릭을 위한 "행복을 위해 행복을 포기하는 사람들"의 부자와 어부 에피소드, 그럴듯한 슬로우 라이프 무기농 치유계 소품, 스크린세이버 속 지중해 푸른 바다 같은 영화라 치부해버리기에는 영화 속 풍광 하나하나가 너무 담백해 미안하게 느껴집니다. 팥, 빙수, 시럽으로 된 단출한 빙수와 하나쯤은 있어줘야 할 것만 같은 메르시 체조, 유지와 하루나의 만돌린 연주와 코지의 낮잠…

"잘못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 2분쯤 더 가서 좌회전하면 나오는" 그런 생의 휴식처를 하나쯤 가져보는 것은 아니 그저 꿈이라도 꿔보는 것은 터무니없이 긴 목도리 같은 헛헛하지만 작은 미소 같은 선물은 되겠지요 J

- Tungsten C

2008/01/13 20:20 2008/01/1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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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08/01/13 20:20
(24) comments


    안경 - 사색빙수 한 그릇 드실래요? x
    【 Tracked from 잊지 않으려고 쓰는 이야기들 at 2008/01/13 21:10 】
    여행지 한 곳을 추천할께요. 일본 남쪽 바닷가의 작은 민박집이 있어요. 이름은 하마다. 아주 작은 간판만 붙여져 있으니 찾아가실 때 주의하셔야 해요. 공항에서 민박집까지 찾아가기 힘들지도 몰라요. 민박집 아저씨가 올려놓은 지도는 형편 없거든요. 쭉 가다가 이쯤에서 나와야하는데 슬슬 불안해지는 지점에서 80M 더 가서 오른쪽, 이런 식의 지도예요. 이 따위의 지도를 가지고 하마다 민박집을 헤매지 않고 잘 찾아왔다면 당신은 여기에 머물 재능이 충분히 있..

    안경 (めがね, 2007) - 사색의 해변으로 놀러오세요 x
    【 Tracked from Different Tastes™ Ltd. at 2008/01/13 22:20 】
    ★★★★★ 72년생 일본의 여성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의 세번째 장편 <안경>이 개봉했다. 포스터가 또 희한하다. 안경 쓴 다섯 명이 해변가에서 이상한 동작의 체조를 하고 있다. 같은 감독의 전작 <카모메 식당>(2006)을 본 게 지난 10월 초. 여름의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을 거쳐 8월 2일에 정식 개봉했으니 두 달이나 늦게 본 셈이다. <카모메 식당>의 포스터는 정말 가관이었다. 오토포커스 카메라로 찍은 듯한 사진 속 호숫가에 아줌마 셋이 멀뚱하게..

    안경 (めがね, 2007) x
    【 Tracked from 누구의 것도 아닌 집—푸른 문가에 서서 at 2008/01/13 23:29 】
      사람이 살면서 필요한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여행은 그 사실을 깨닫게 한다. 마음이 동해 떠나는 여행은 비록 영원할 수 없지만, 사실 여행은 삶과 다르지 않다. 반복되는 일상도 그 안에 내재한 비일상성을 발견하는 순간 곧 여행인 것을. 일상 속에 비일상이 있고, 비일상 속에 일상이 있다.   매년 겨울이 물러나면 슬며시 찾아와 촉촉한 빗방울과 함께 여름이 다가오면 떠나는 사쿠라 씨와 앞으로 매년 같은 시기에 찾아 올 (것으로 예...

    안경 (めがね, 2007) x
    【 Tracked from frei days. at 2008/01/14 11:02 】
    비법은 조바심치지 않는 것싫증날 때까지, 적당느-긋이 쉬어가는 여유를 선물해주는 봄바다의 산들바람 같은 영화였다안경(めがね, 2007) 2007.12.09 (일) 18:00 관람 / 압구정 스폰지하우스 본문보다 긴 덧붙임+01 원래는 은영과 같이 보려고 마음먹은 영화였는데 이건 두번봐도 괜찮겠다 싶어 한번 더 볼 마음으로 혼자 먼저 봐버렸다. 헤헷.+02 은근슬쩍 기대했던 카세 료는 하치크로 때의 안경맨 마야마 버전이어서 슬핏 웃었음. 역시 흰 셔츠..

    카모메 식당 , 안경, 그리고 느리게 사는 즐거움 x
    【 Tracked from Throw me Tomorrow at 2008/01/15 18:08 】
    카모메 식당 (かもめ食堂: Kamome Diner, 2006) 안경 (めがね, 2007) 어니 J. 젤린스키 <느리게 사는 즐거움> 미미한 스포일러 느리게 산다는건 게으르게 산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오히려 제대로 느리게 살기 위해서는 부지런해야 한다는게 내 생각이다. 내가 약 5년전? <느리게 사는 즐거움>이란 책을 집어들었을 때는 사실 사회에 나가는게 두려워 뭔가 회피하고 싶은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 그러니 저걸 읽어도 저 책에 나와있는 "..


    오오 간만에 보이는 텅씨..

    qwer999 2008/01/13 20:30 r x
      예 간만에 영화관, 간만에 텍스팅, 간만에 블로깅이었습니다. 이제 간만에 컴뱃팅을...?;

               lunamoth 2008/01/13 20:53 x
    요즘같은 날, 잠시 며칠동안 다녀오고 싶은 기분이예요.
    바다 앞에 머물고, 머플러를 뜨고, 빙수도 먹고, 바닷가재도 먹으면서요.
    그렇게 며칠만 보내고 오면 힘이 잔뜩 날 것만 같아요. ^^

    GoldSoul 2008/01/13 21:10 r x
      예 좋겠네요 ^^; 바닷가재 정말 맛있겠더군요 ㅎㅎ

               lunamoth 2008/01/13 22:04 x
    다 버리고 떠나라는게 아니라 다행이었어요. ㅋ

    신어지 2008/01/13 22:21 r x
      그렇죠 노랫 가사에만 있을지도... 남겨두고 떠나고, 틈틈이 돌아오는 반복이 하마다 사람들의 습관으로 자리할 것 같더군요..

      신어지님 글에 트랙백 보냈는데 티스토리 쪽에서 차단된듯... 흙;

               lunamoth 2008/01/13 22:45 x
      트랙백 찾아 복구했습니다. 다른 영화도 아니고 <안경> 트랙백인데, 티스토리 이놈 버럭!

               신어지 2008/01/14 09:05 x
      예 신어지님 감사합니다^^;

               lunamoth 2008/01/14 21:23 x
    아침에 영화관에 가서 덩그러니 영화를 보고 온 기억이 나네요. 그런 것도 일종의 사색?

    천어 2008/01/14 01:30 r x
      예 정월 초하루 아침에 봐도 그럴듯한 영화였습니다. 맑고요.. 영화를 보는내내 사색에 잠기긴 했습니다만 세번째 문단 내용이라서... 허허허

               lunamoth 2008/01/14 21:22 x
    이렇게 여백이 둘레둘레 있어 아무것도 생각하려 노력하지 않고
    느~긋이 볼 수 있는 영화가 좋아진다는 건 평소 생각이 많아서 일까요.
    누구랑 같이 보는 것도 좋지만 조용히 혼자 앉아보는 것도 참말 좋은 영화인 것 같아요.
    하마다의 지도를 헤매지 않고 찾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frei 2008/01/14 11:11 r x
      예 스크린속 풍광도 그렇고, 느릿느릿하게 흐르는듯한 시간과 여정도 참 여유로운 영화였습니다. 그런 휴양이라면 누구나 즐겨보고 싶을것 같고요..

               lunamoth 2008/01/14 21:28 x
    아, 이 영화를 다시한번 볼때가 된것같아요 :)
    어쩔 수 없이 왔다,갔다 하는게 삶이겠죠.ㅋㅋ

    투모로우 2008/01/15 18:12 r x
      예 간간히 틀어보고 싶은 영화이기도 하네요.. ^^;

               lunamoth 2008/01/15 21:17 x
    저도 저런 한적한 시골에서 잠시 쉬다 오면 좋겠습니다.

    이정일 2008/01/16 23:26 r x
      예 근데 또 모르겠습니다. 빌딩숲과 온라인이 그리워질지도.. 허허^^;

               lunamoth 2008/01/17 00:14 x
    어떻게 해야 이런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
    꼭 찾아서 봐야겠습니다.

    erin 2008/01/20 06:32 r x
      말씀하신게 일련의 비주류 영화에 대한 정보라고 한다면, 제 경우 주간지 Film 2.0 , 맥스무비 예매중인 영화 에서 살펴보고 있답니다. 아트플러스 홈페이지 도 괜찮겠네요... :)

      예 심신이 지쳐있을때? 권해드리고 싶은 영화입니다.

               lunamoth 2008/01/20 12:09 x
    또 뭔가 굉장히 좋아보이는 영화를 추천해주시는군요~
    보고싶어지는데요 ㅎㅎ

    Mr.Met 2008/01/24 17:03 r x
      굉장하기 보다는 오히려 소소한 영화쪽에 가까울것 같고요..^^; 보시면 아실 겁니다 :)

               lunamoth 2008/01/24 21:17 x
    이거 매우 무식한 질문인데요,
    텅C가 뭐에요? ㅠ

    CK 2008/01/24 23:39 r x

               lunamoth 2008/01/25 12:28 x
    안경을 보진 못했지만 카모메 식당의 연장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도로시 2008/02/11 14:00 r x
      예 저도 카모메식당 얘길듣고 한번쯤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걸 못보고 안경을 대신봤네요.. 아무래도 같은 감독이기도하고, 슬로우라이프? 주제도 엇비슷한듯 싶더군요. 기회가 되면 카모메 식당도 보고 싶네요 :)

               lunamoth 2008/02/12 00:17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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