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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어둠의 계보를 알고 있었다 | 이응준  [나의 서재]

"맞아, 선인장. 몸통은 온통 날카로운 가시로 치장되어 있고, 물기란 물기는 모두 안으로 숨어버린. 선인장은 어떤 모양의 화분에 담아두어도 사막에 사는 셈이지. 그러니 이제 차라리 사막으로 가야 속이 편한 거야. 더는 거짓으로 버틸 여력이 남지 않은 거라구. 그래. 그래서 기껏 생각해낸 사막이, 눈 오는 미네소타였냐?"

언제부터인가 《쇼생크 탈출》의 표어 대신에 그 역의 《파이트 클럽》의 한 대사에 끌린다고 말했듯이 계절의 순환에 따라 그 도돌이표의 두터이에 따라 사람이란 변하게 마련인가 보다. 허울 좋게 꾸며냈을 과장된 속박 속에서 애써 몸부림쳤던 지난날과 그런 날들조차 아렴풋한 "추억의 속도로 걸어가야 할" 연민으로써 긍정하고 나름의 순응을 하게 되는 지금을 널찍이 바라보면 말이다. 얼마 전 「Lemon Tree」에서도 그랬지만, 이제는 이응준의 의혹과 불안의 청춘에 감화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나도 모르게 다시 집어든 책에서, 정교하게 느껴지지만 부담없이 위무해 주는 문장을 발견하고 그를 다시금 체감하게 된다.

"그냥 버티기만 하려는 데도, 청춘의 전부를 바쳐야 할"런지 모르더라도, 그 "아무리 나약한 것일지라도, 살아 있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기적"일지 모른다. 여기저기서 부속들을 갖다 붙인 효성 스즈키 감마 125cc 를 타며 불어오는 초여름의 푸른 바람 느끼듯이, 언젠가 사막을 떠나서 타는듯이 울어낼 날이 올 것이다. "오래전 포기했어야만 했던 운명과, 절대로 포기해선 안 될 희망이 모두 담긴 눈물"을...
2007/05/12 02:25 2007/05/12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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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07/05/12 02:25
(4) comments



    굉장히 어린 나이에 시인으로 등단하는 등등 재능있는 작가인 것 같아서 그냥 단지 그점에서 질투를 많이 했다는...ㅋㅋ작가지망생도 아닌데.
    친구가 한때 열렬하게 몰입해서 저도 읽었는데
    아쉽게도 별로 감동이 없었어요;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어지는 글인데요^^

    2007/05/15 17:49 r x
      예 연보 보니 21세에 등단이군요.. 은유의 수사학. 예전에는 저도 뭔가 겉치레로 느껴졌었는데, 요사이에는 꽤 절절하게 다가오더군요. 취향에 달라진것도, 나이대가 (소설속의 주인공과) 엇비슷해진것도 있겠고요...

               lunamoth 2007/05/16 01:42 x
    노래는, 같이 늙어가는 게 편한데도
    글은, 이렇게 타는 듯이 젊은 게 좋더라구요.
    하지만, 또 이런 젊음은 때때로 불편스럽고
    그래서 일부러 가까이하지 않게 되는 날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응준 님의 책을,,
    다시 한 번 읽으면서
    사그라져가는 청춘의 불꽃을
    다시 틔워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새벽입니다. :)

    저도.. 이응준님 책들을 좋아하시는 분을 만나니, 반갑네요..
    심지어 글을 쓰는 사람들 중에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말입니다. ㅋ
    (그래서 더.. 숨겨진 보석같지....지만은요.ㅋ)

    사라뽀 2010/08/23 02:17 r x
      예 저는 10대때 처음 이응준님의 소설을 접하고, 20대 후반에 다시금 읽게됐었는데, 그 때부터 새롭게 다가오더군요. 비로소 이해를, 아니 감상을 할 수 있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노래 얘기하시니 갑자기 이응준님 소설에서 "원래 이야기는 가짜야, 노래는 진짜고" 이 문장이 생각나네요 ㅎㅎ

      요즘은 국가의 사생활, 국가의 사생활 영화화 작업을 하시는듯 싶더군요. 예전 같은 어둠속에서 싹튼 인화되기 직전의 글들을 다시 보고 싶은데, 조금 달라지신듯 싶어 아쉽긴 합니다.

      혹시 다른 좋아하는 소설, 소설가 있으시면 추천 부탁드리겠습니다.^^; 읽어보고 싶어서요 ;)

      예 사라뽀님 찾아와주셔서 감사드리고요. 뵙게돼서 반갑습니다. 그럼 또 뵙겠습니다 :)

               lunamoth 2010/08/23 03:35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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