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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감상/영화/외...]

약값 만원을 건내는 혜란에게 인구는 한동안 머뭇거리다 아무 말 못한 채 거스름돈만을 내밉니다. 약국을 나서며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트리는 혜란의 뒤편으로 애꿎은 돈을 바라보는 인구의 모습이 스칩니다. 목격자를 찾습니다 현수막 아니 어느 지하철 환승 통로에서 "피로에 지쳐 쓰러진" 강아지를 박스에 넣고 파는 할머니의 좌판처럼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애틋함이 순간 흐트러져 피어오릅니다. 그래요. 무슨 이야기를 해야 될까요. 여기까지만 하죠 우리. 라는 말 앞에서. "나도 쉽지가 않아요" 가 아니라 "우린 쉽지가 않겠어요" 란 말이 동대문 운동장 벤치 사이로 휑하니 퍼져나갈 뿐입니다.

히말라야와 즐거운 나의 집도 전혀 다른 얘기가 아닐 거에요. 혜란이 꺼내 입은 약사 가운과 또박또박 울려 퍼지는 국민학생 인섭의 목소리 같이 언젠가 꿈꿔왔고, 그러나 한편으로 대비될 수밖에 없는 과거와 현재, 오늘과 내일의 이야기인 듯싶어요.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그 둘의 쉴 곳은 탑탑한 드라이브인시어터 한켠 이었고요. 혹자는 여러 말 하겠지만, 그래도 이 영화의 진심에는 어쩔 도리가 없더군요. 이리 채이고 저리 걸리는, 결코 가볍지 않은 심산한 삶의 무게가 그 둘 사이를 돌고 관객 사이로 돌아 한줄기 메아리로 공명하고 있었지요. 씨발 좋다. 정상에서의 인구의 외마디가 그 어떤 비어의 범주를 넘어 한껏 멀리 날아가는 듯한 느낌을 주었던 것도 같은 이유였을 테고요. 이렇게 사는 이야기 속에 담아낸 살아있는 사랑 이야기에 잠시 흐무러지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은것 같아요.
2006/12/04 03:37 2006/12/04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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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06/12/04 03:37
(4) comments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2006) - ★★★★ x
    【 Tracked from 靑春 at 2006/12/04 08:49 】
    - 영화에 대한 아무런 기대도 없이 친구의 의견에 따라 보게 된 영화인데, 정말 재미있게 봤다. 조금 오버하면 '8월의 크리스마스' 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고나 할까. 정원의 사진관은 인구의 약국으로 바뀌었고, 세상이 온통 시시하던 어린 다림은 어느새 세상에 지쳐버린 혜란으로 변했고, 정원과 다림이 함께 나눠먹던 하드는 캔맥주로 바뀌었고,조금은 어색하던 놀이공원에서의 첫 데이트는 모텔에서의 하룻밤으로 바뀌었고,그들을 갈라놓은 '죽음' 이란 장애물은 ..

    [Movie Review]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x
    【 Tracked from 얀웬리의 은하영웅전설 at 2006/12/05 22:26 】
    내가 좋아하는 배우인 한석규의 새로운 영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주말에 드디어 보게 되었다.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은 기존의 사랑 이야기에서 조금은 과거로 거슬러온듯한 느낌을 준다. 과거 약속, 편지 등을 기점으로 한국영화에서 사랑은 남자와 여자, 두 사람간의 문제로만 치부되었다. 가족이나 주변상황은 둘의 사랑으로 가뿐하게 뛰어넘을 수 있었고 그닥 중요한 문제로는 보여지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사랑...


    안녕하세요. 트랙백 타고 놀러왔습니다.
    님의 글속에서 제가 미쳐 쓰지 못한 영화의 좋은 장면들을 찾아보고 갑니다.
    특히 '씨발 좋다'에 대한 글이 참 와닿네요. 그 누구도 비어처럼 들리지 않는 시원스러운 목소리였는데 말이죠.^^;
    그럼 종종 들르겠습니다.

    얀웬리 2006/12/05 22:21 r x
      예 저도 얀웬리님 글 잘 읽었습니다. 요즘은 아니 예전부터 이런 영화가 좋더군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의 모습들을 담아내는 영화가 말이지요. 얼마전 라디오 스타가 인기를 끌어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지 않나 싶습니다. 이런 영화가 잘 됐으면 싶네요 :)

               lunamoth 2006/12/06 01:33 x
    씨네21에서 트랙백 되어 계셔서^^ 왔습니다
    글들 잘 읽고 가겟습니다!

    근데 .biz라는 도메인이 있었군요. 신기해서..^^
    ^^ ㅍ

    bohye 2006/12/07 17:14 r x
      아 예 감상쓰고 나서 씨네21에 한동안 트랙백 했었는데, 요즘은 거의 잊고 있었습니다. 엔키노에 이어서 블로그, 트랙백을 활용한 영화 사이트인데, 그만큼 활용도가 높지 않은것 같아서 아쉽더군요. 각종 플러그인이나 이런것도 생각해봄직한데 말이지요.

      여튼 반갑습니다.^^; 잡문;; 너그러이 봐주시길. 예 biz 도메인은 .com.net.org 도메인 없어서 선택한 녀석인데. 이젠 익숙하더군요. 물론 저만 익숙하다는게 문제지만;;;

               lunamoth 2006/12/10 17:16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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