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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시는 길  [길 위의 이야기]

성내역 1번 출구로 나오면, 예의 오뎅 등속의 주전부리 좌판이 펼쳐진다. 파장 분위기, 오랫동안 쪄진 옥수수만이 하릴없이 가쁜 숨을 내쉰다. 순간 머뭇거리다 아산병원 방면 팻말이 보이고 얼피 방향을 잡고 걷기 시작한다. 주차장의 숲을 헤매다, 한국 암웨이 본사가 길을 가로막는다. 아니 막다른 길로 향하는 남자를 무심히 바라본다. 가지 않은 길이 순간 시야에 들어온다. 주차장 울타리 옆 헤집어진 잔가지 사이로 몸을 구겨내고, 약도를 따라 걷다 보면, 잠실고는 나오질 않고 빗물처리장만이 이 밤눈 어두운 이를 반겨준다. 빗물처리장의 기능성을 고심해보기도 전에 길을 가로막은 성내천이 다시금 방황하는 이를 심란케 한다. 잘 닦인 산책로의 푹신한 포도는 오가는 이들을 반겨주지만, 나아갈 길을 못 찾은 이에겐 더 없이 사치스럽게 느껴질 따름이다. 어디로 갈 것인가. 저 내를 어떻게 건널 것인가. 굽어진 다리들을 바라보며, 목적지의 휘황한 네온 간판을 바라본다. 갈피를 잡아 걷다 보니 길은 어느새 이어지고 잘하면 갤로퍼 - 왜 갤로퍼를 떠올렸던 것일까 - 한대가 지나갈만한 짤따란 폭의 다리가 구세주 마냥 보이기 시작한다. 조제 전문 약국 광고가 나붙은 다리 앞 매점은 이미 닫혀있고, 이제 남은 것은 그 다리를 건너는 것뿐이다. 속속들이 이어진 외등이 불을 밝히고, 길을 안내한다. 이제야 그 길을 건널 수 있다. 하지만 왜 이제서야. 어느 만화의 마지막을 장식한 "가시밭길과 한 사람분의 발자국 얘기"를 떠올리며 그 길을 걸어간다. 한걸음. 그리고 한걸음.
2006/11/23 02:59 2006/11/23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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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06/11/23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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