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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짐 비우기  [길 위의 이야기]

요 며칠 간 나름대로 애써가며 진행해온 방 청소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 그게 뭐 대수랴 하는 이가 있겠지만, 내게 방 청소는 다소 다른 의미가 있다. 언젠가 얘기한 적도 있는 것 같지만, "낡고 보잘것없는 물건을 죽어라고 간직하는 사람" 쪽에 가까운지라 한번 정리를 할라치면, 모든 것을 꺼내고, 그 중에서 간직할 것과 버릴 것을 나누고, 우선순위별로 재구성해내는 데 적잖이 시간이 걸리게 된다. 이번에도 쌓인 먼지와 잡다한 서류들이며 잡동사니들을 보며, 다시금 비울 수 있을 때 비워버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달았다. 웬일로 각종 영수증은 버리지 않고 모아놓았는지. 그나마 다행인 것이 CD/DVD 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 일일이 케이스와 짝을 찾아 정리할 생각을 해보니 벌써 한숨이 나온다.

어쨌거나 하나 둘 정리해서 채워넣고, 10년 후에도 다시보지 않을 것들을 과감하게 찢어 버리고 나니,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 든다. 물론 잠시 머뭇거리게 되는 순간이 있다. 영화표를 정리하며, 잠시 상념에 잠기며 작년에는 예순 번이나 극장을 찾았군, 이천년 구월 십이일에 공동경비구역 JSA 를 보았구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영화표들과 "막막함과 먹먹함, 그 수식어에 묻어나오는 갈증과 건조함을 뒤로 한 채 제게도 마지막 날이 주어졌습니다."로 시작해 "떠나서 바라보게 된다면 얼마나 수긍하고, 인정하고 웃으며 바라볼 수 있을지는 아직 예단할 수 없겠지요."까지 쓰다 만 전역 소감문, 루나틱돈2 매뉴얼, 로드 러너 캐릭터가 그려진 생애 첫 손목시계처럼 결코 버릴 수 없는 것들은 여전히 남아 상자와 서랍 속에서 기나긴 잠을 잘 것이다. (물론 유지태가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천리안 전용 브라우저 CD는 이번에 드디어? 처리될 예정이다 :|)

이제 남은 것은 책인데. 책꽂이가 부족해서 조만간 "그냥 드립니다" 란 제목의 글을 올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이윤기님처럼 MDF 박스 몇 개를 구해봐야 될듯싶다.
2006/10/06 22:20 2006/10/0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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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06/10/06 22:20
(22) comments



    저도 이사하면서 김희선이 그려진 유니텔 브라우저 CD를 버렸습니다. 유니텔에 가입한 적이 없는데 CD는 왜 가지고 있었는지;;

    iris2000 2006/10/06 22:36 r x
      이상하게 별 필요도 없으면서 버리지 않고 있는 것들이 많은 것 같더군요. 각종 부록, 번들 CD 도 그런것들 중 하나고요.

      재밌는건 많더군요. 장동건 표지의 무료 인터넷 (원클릭 류의) CD 등등...

               lunamoth 2006/10/07 12:10 x
    역시 방정리를 시작하면 며칠은 걸리는 입장에서 공감합니다. 책장은 항상 부족하고, 집안의 현재 공간상태는 MDF박스를 사더라도 들여놓을 여유조차 쉽사리 보이지 않네요.;;
    저는 유니텔 사용자였는데 유니텔 브라우저는 CD는 없었고, 나우누리였나요? '파란피'를 부르짖었던... 그 관련 CD를 무척 오랫동안이나 갖고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MSIE 5.0 같은 것들이 함께 설치되던.. 역시 정작, 훗날 친구 아이디를 빌려 나우누리를 쓰게 되었을 때에는 그 CD를 사용치 않았답니다.. :)

    달크로즈 2006/10/06 22:58 r x
      자가 증식의 법칙이랄까 그런게 있는것 같습니다. 책상위는 언제 치웠는지 모르게 잡동사니들로 쌓여져가고... 등등... 저도 일단은 다 들어낸; 상태인데 집어넣는게 문제랍니다; 일단은 수납 공간이 제대로 마련이 되어야 할 듯 싶네요.

      아 파란피 생각납니다. 피씨통신이 다소 둔화되는 시기에 야심차게 기획한 광고가 아니었나 싶은데 나우 사용자들의 반응은 뜨뜨 미지근? 했던 것 같습니다. 저도 친구 아이디를 빌려쓰느라 그리 활동은 못했는데, 이런 저런 동호회에 활동을 했다면, 재밌었을것 같기도합니다.

               lunamoth 2006/10/07 12:14 x
    저도 얼마전에 사무실 정리를 했답니다.
    의외로 왠 계약서가 그리많은지..
    삼십년 겨우 살면서 이런 저런 계약에 얽매여서 살아온 게 아닌가 새삼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장진화 2006/10/07 00:17 r x
      예 단순히 짐을 비우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정리한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겠지요. 다이어리 주소록 정리 처럼... 맺고 끊는게 분명한 이도 있겠지만, 묵은 감정으로 정리하지 못하고 삭혀가는 관계가 될수도 있겠고요...

      저도 각종 문서 정리하는게 오래 걸리긴 하더군요. 다 읽어봐야 되니;

               lunamoth 2006/10/07 12:18 x
    MDF박스의 인용은 예술입니다. 공부가 부족한 저에게는 늘 한마디의 일침이 되겠군요. 고맙습니다.

    JIYO 2006/10/07 01:59 r x
      하늘의 문에서도 말씀하셨던 얘기 같더군요. 있군요.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공부하거나 일을 할 때는 약간 공격적이다. 공격적이 되는 까닭은 명백하다. 나는 칼의 길이가 짧다고 불평하는 한 스파르타 병사에게 그 병사의 어머니가 했다는 충고를 잘 알고 있었다.〈칼이 짧으면 짧은 만큼 더 다가서서 찌르면 된다.〉"

      소설 아니 말씀 하나하나가 금언이 될만한 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

               lunamoth 2006/10/07 12:28 x
    저도 얼마전에 책장을 하나 들여 놓고 그 동안 제 방 여기저기에 쌓아 두었던 책들을 정리했습니다. 굉장히 책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책장 하나 정도만 채우더군요.
    정리할땐 이가 박박 갈리도록 싫었는데 (원래 정리하는거 별로 안좋아해서) 그래도 정리해놓으니 보기는 좋고.. 그런데 또 정리할 엄두는 안나고.. 뭐 그런게 '정리의 본질' 아니겠습니까 ㅎㅎ

    kirrie 2006/10/07 02:17 r x
      저도 책이 조금은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 꺼내놓고 보니 아직은 한참은 멀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더 채워넣어야 겠습니다. (물론 머릿속에.가 중요하겠지요^^;;) 일단 책꽂이를 하나 마련해봐야 될것 같습니다. 이번엔 듀이분리법 정도는 아니더라도 좀 정리를 해봐야 될듯 :)

               lunamoth 2006/10/07 12:30 x
    이거 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이사 온지 두어달밖에 되지 않았을진데
    출처를 알지 못할 사물들이 그득그득합니다.

    처리?되어감을 축하드립니다.

    t 2006/10/07 03:15 r x
      가끔은 정말이지 과감하게 버리고 비우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쓸데 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게 꽤 부담이 되니까요.

               lunamoth 2006/10/07 12:31 x
    더 이상 정리할 것이 없는, 아니 없어야 하는 환경에서 살고 있지만, 오랜만에 읽은 이윤기씨의 이야기는 저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군요.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는지요.
    그리고, 다시 인사를 드려야겠군요. 다시 연락이 닿을 수 있을 그 때까지 건승하시길 빕니다.

    휘연 2006/10/07 11:55 r x
      예 오랜간만입니다. 휘연님 ;) 인사도 제대로 못드린것 같아 죄송스럽네요. 잘 지내고 계신지요...

      군대에서도 나름 정리가 필요하긴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실천이 중요하겠지만, 이런저런 메모와 일기를 보고 있노라니 그래도 어느정도 남은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예 몸 건강히 잘 지내시고 종종 뵙길 빕니다 ;)

               lunamoth 2006/10/07 12:34 x
    천리안CD 하시니 생각나는데 이사할때마다 버려도 버려도 아직까지 집안에 하나정도는 있을 것 같은 물건이 바로 PC통신 회사들에서 뿌려댄 CD들입니다. 나우로, 유니윈 등등 -_-;; 아참 천리안에서 나눠준 힙합씨디도!

    골룸 2006/10/07 19:55 r x
      예 뭔가 접착/흡착력이 있는듯한 느낌입니다. 지난 번 이사때 없어진 물건은 그 다음번 이사때 나타난다.가 아니라 이사할때면 언제나 나타난다 랄까요. 이런저런 원클릭 시디와 함께 말이지요. 일단 확실히 처리했습니다.

      사뭇 잡지 부록들을 보고 있노라니 흥망성쇠(라고 한다면 과한 느낌이긴 하지만)가 느껴지더군요. 하드볼5 (HowPC 창간호) 부터 시작한 번들 부록... 패키지 게임의 몰락 등등...

      예 힙합시디라 대한민국~ 였던가요?

               lunamoth 2006/10/07 20:00 x
    저도 분명 낡고 보잘것없는 물건을 죽어라고 간직하는 사람, 입니다. 오늘은 다용도실 청소를 하면서 몇 가지 물건을 버렸는데 정리된 걸 보면 후련하지만 버리면서도 왠지 마음 한구석이 아프더라구요;; 가끔 물건을 버릴 때 저 스스로 과연 기준을 갖고 버리느냐 의심을 하기도 합니다.

    HanSang 2006/10/08 21:47 r x
      예 어렸을때 부터 뭔가 컬렉터, 수집광 적인 측면이 있었다면 더욱 그런것 같습니다. 저도 딱히 기억이 나는 것은 없습니다만, 모아두는것을 좋아했던것 같군요. 또 취향이 변하면서 애정이 덜해져 버려진 것들이 나중에 가서 아쉽게 느껴지는것이 있기도 하고요. 아 하나 기억이 나네요. 죨리마블? 이었던가 일본 보드게임 복제판 시리즈 몇개 모았었지요.

      그래도 현재 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영겁?의 세월이 지나도 눈길 한번 안줄 것들은 비워보는 것도 공간, 심적 여유?의 확보를 위해서 좋은일인 듯싶습니다.

               lunamoth 2006/10/09 01:38 x
    전 대학생이라 정리를 한번 하면 그동한 풀었던 문제의 풀이나 노트 정리한 A4 용지가 쏟아져 나오더군요. 게다가 온갖 물건을 다 모아 대는 습관 때문에 서랍에선 가끔 예측 불가(?) 한 물건이 나오기도 한답니다;; 언제 날 잡아서 다 정리해야 겠군요..

    StarLight 2006/10/09 00:23 r x
      그래도 예측불가능한 만남이 의외의 수확을 안겨다 주는 경우가 있긴 하더군요. 예전에 사뒀다 별 필요가 없어서 안쓰는 물건이 이번에 정리하면서 발견해 요긴하게 쓰게될 경우가 생기더군요^^

               lunamoth 2006/10/09 01:50 x
      그런 만남이 쌓아놓고 정리하는 것의 또다른 즐거움 이라고 할까요 ㅎㅎ;

               StarLight 2006/10/09 02:25 x
      예 그렇지요...

      허 벌써 2시가 넘어가는군요;;;

               lunamoth 2006/10/09 02:27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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