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미리 [길 위의 이야기]
얼마 전부터 일미리, 소위 저타르 담배로 바꿨다는 얘기를 듣고서 나는 짐짓 신랄하게 웃어주었다. 10층이나 15층이나 거기서 거기지. 그는 다소 멈칫하는 표정을 짓다가도 여유롭게 담배를 입가에 가져갔다. 짧게 연기를 품어내고서는 하는 말이. 그래도 말이야 한겨울에 뛰어드는 사람은 적은 거 알아? 하기야 그렇게 말한다면 할 말은 없다. 적적한 가로등불 사이로 길냥이만이 휘적거리며 새벽녘을 메우고 있었다. 놀이터, 그네, 철봉 다시 못 볼 것처럼 하나하나 지긋한 눈길을 투사하는 그를 보다 정적 속으로 사라진 고양이의 자취를 쫓아만 가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건데. 라는 말이 머뭇머뭇 입가를 맴돌고만 있었고 돌아갈 길 없는 시간만이 순간순간 명멸을 지속하고 있을 뿐이었다. 나도 담배 한대 줘. 3개월이면 기록경신했으니 이제 필 때가 됐지. 서로의 허한 웃음 사이로 아기 울음소리만이 나직이 포복해오고 있었다. 순간 매스꺼워졌고, 몽롱해졌고, 머쓱해졌지만, 끝까지 피워냈다. 모두가 홀로되는 시각에 역시 홀로된 이들은 일미리씩 탄알을 장전한 채 울음 소리 사이로 소복하게 묻히고 있었다.
2006/04/10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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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06/04/10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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