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네받은 그 반딧불이를 엄지와 검지로 쥐고 살펴봤을 때 든 생각은 우습게도 이런 것이었다. 녹색 LED 가 왜 여기에 붙어있는 거지? 그는 왼손에 쥔 타들어가고 있는 담배를 잊은 채 한참동안, 그 비현실적인 순간에 꽤 당황하고 있었다. 반딧불이를 처음 보십니까? 아니 그건 아니야 언젠가 봤었고, 그 때는 그리 신기할 게 없었는데 말이지. 역시 여기가 공기가 좋나보다. 둘은 늦저녁에 찾아온 자연의 손님을 두고 이런저런 얘기를 계속해 나갔다. 뭘 그리 신기해하십니까? 아니 이정도면 네잎클로버 찾은 격이지 않나? 어찌됐건 보기 드문 곤충이니 말이야.
하긴 발광체를 처음 보고 갑자기 달려가 반딧불이를 잡아온 녀석에겐 별 대수롭지도 않을 일일 것이다. 빌딩 숲이 주는 삭막함 아니라 살아 숨 쉬는 바다 내음을 맡으며 커왔을 아이였으니. 어디선가 개 짓는 소리가 들리고 불균질한 트럼펫 소리도 들려왔다. 어디선가 구두 닦는 소리도 들려왔을지도 모른다. 그는 생각한다. 누군가 그랬다지. 인생이 커피 한잔이 안겨다주는 따스함에 관한 문제라고, 그렇다면 지금은 담배 한 가치가 타들어 가는 소모적인 투쟁에 불과한 것이라고. 언젠가는 깨어날 미몽과도 같은…….
하릴없이 잡혀온 반딧불이는 사력을 다해 빛을 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둘은 서로를 노려봤지만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왔는지는 그도 저도 알 길이 없었다. 그는 수돗가에서 일어나 풀섶 사이로 반딧불이를 던졌다. 아니 애써 잡은걸 놓아주십니까? 이제 놔 줄 때가 된 것 같아. 그 말은 입가에서 공명하다 어느새 가슴속에서 물수제비를 뜨고 있었다. 그 친구도 어딘가에서 명멸을 계속할 것이다. 가끔씩 천연기념물이란 수식과 함께 잘 나온 사진로 다시 만나게 되겠지만, 누구도 반딧불이 같은 것을 묵시해볼 상황은 없을 것이다. 참 동전 있니, 콜라나 사서 들어가자. 둘은 총알을 튀기며 일어섰다.
“수명은 2주 정도로 이슬을 먹고 사는데” 라는 문장을 본 것은 그 후로 오랜 뒤의 일이다.
| 우리는 길 잃은 반딧불이를 보았다 [길 위의 이야기]
(0) comments
2005/10/27 01:45
2005/10/27 01:45
Posted by lunamoth on 2005/10/27 01:45



Profile
Contact
Contact
|
lunamoth 4th - 최근 글
lunamoth @ 블루스카이 (1)
미밴드7 아날로그+디지털... 2022년 구매한 것 중에 마...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용... lunamoth 뉴스레터 (3) Suede - Autofiction 헌트 HUNT (2022) 미밴드7 1주일 사용 장점/... 2021년 구매한 것 중에 마... 트위터 스페이스 사용법,... 2020년 구매한 것 중 마음... 2020년 영화 베스트 Top 5 #WoW 어둠땅 암사 단축키 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 블로그에서 Olark 메신저창... 블로그에서 트랙백 주소 제... (1) 댓글 차단 문제 수정 공지 체리 MX 보드 3.0S 키보드... 기계식 키보드 체리 MX보드... 구글 크롬 확장 프로그램... (18) |
- Recent Comments |
2023년 5월 23일 오후 9:44... by lunamoth at 05/23 Lunatic Dawn 2 한글패치 h... by lunamoth at 03/06 네 블로그 쓸 때 마다 정말... by bluo at 2022 찾아보니 텍스트큐브의 마... by lunamoth at 2022 뜬금 없는 질문입니다만...... by bluo at 2022 Malware Zero - 무료 악성... by lunamoth at 2022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쓰... by lunamoth at 2022 2022년 5월 18일 오후 3:36... by lunamoth at 2022 |




Follow @lunamot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