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슴푸레한 기억을 더듬어 몇 초식을 전개해 보지만 예와 달리 공허한 발길질에 그치고 만다. 거기에 “인간적으로 정이 안가는 인간”까지 합세하면 이 스러져가는 황성옛터를 다시 찾은 보람도 그저 야마토마모루 호테츠와 스케히로 사이로 사라지는 종잇장에 불과하게 된다.
다만 고수의 풍모는 여전히 살아있음을 하나의 위안으로 삼아본다. 적절히 안배하는 공력에 대한 배려와 짧은 위로의 말도 잊지 않는 여유로운 모습에서 고즈넉하게 홀로 武에 정진하던 옛 선조의 모습을 그려본다. 늘어나는 주위 과객들에 연연치 않고 그저 묵묵히 제 실력을 발휘하던 그 장인들을 얼마나 선망하였던가.
세월은 흘러 더 이상 잔손질의 묘미와 딱딱 맞아 떨어지는 타격과 파열의 순간은 느낄 수 없을 터. 허나 다시금 칼을 잡게 되면 머리보다 손이 먼저 옛 버릇을 찾아가 연상전이 되는 몰입과 혼연 일체의 순간이 예와 그대로 임을...
밀것인가 당길 것인가 베어 넘길 것인가 다음을 기약할 것인가. 무심히 젖어오는 핏빛 내음에도 다음 취할 것을 잊지 않으니, 가죽을 내주고 뼈와 골수를 취하는 그 반격의 파동이 애닲게 다가옴을... 내 한잠 뉘일 곳은 역시 그 빈한의 칼집일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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