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이라도 녹아내릴듯한 무더위다. 올 여름들어 최고기온을 기록했다던 한 지명이 문득 생각났다. 그리고 그 해 여름을 기억해냈다. 횡량한 열사속을 거닐던 나날들.
냉동고속에서 막 꺼내든 냉기를 머금은 차와 칠백도를 육박한다는 구름과자를 머금고 정신을 다잡는다. 반복 재생되고 있는 Golden Rose 의 선율 사이로 퍼붇기 시작한 장대비의 잔망스런 수다가 틈입하기 시작했다. 장마가 시작되고 있었다.
새삼 방을 정리하다 오래된 은빛 물체에 시선이 닿는다. 한때 긴요하게 요긴하게 지난날의 한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던 물건. 손때와 여린 상처들로 친숙함이 더해진 지포 1941 레플리카. 지난 몇년의 세월이 깃들여있는 외면을 훑어가며 "라운드 코너"를 쓰다듬어 본다. 모사, 복제, 반복... 애달프게 따라다나니는 숙명들...
기름을 빨아들인지 얼마 가지않아 매마르고 고갈된다. 몇번씩 부싯돌을 그어보지만 이내 여린 불꽃만을 발한채 사그러든다. 틈. 틈이 문제일까. 숱한 장난¹속에 아귀가 맞지 않게돼버렸다. 애매한 심지만이 검게 타들어 갈뿐. 이젠 가벼운 휘발성으로만 자리를 차지하게된 애물.
빗줄기가 강해지고 있다. 며칠간 지난한 장맛비가 반복되리라...
¹ 몇년 전만 해도 500여개의 지포 라이터 손놀림을 보여줬던 zippotricks.com 는 불장난을 부추긴다는 미국방화협회의 항의에 의해 닫혔다고 한다. 허나 lightertricks.com 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 (via wikipedia)
| 레플리카 [길 위의 이야기]
2005/06/26 20:30
2005/06/26 20:30
Posted by lunamoth on 2005/06/2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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