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 자신에게 다짐했다. 오냐, 어디 한번 해보자. 디오탈레비의 순열과 조합 놀음에는 놀아나지 않겠다. 나는 출판의 샘 스페이드니까……. 야코포 벨보의 말마따나, 매를 찾는 거다……."¹
루나모스 : 그나저나 샘. 그 흥미진진했던 해상추격씬은 어디로 간거지?
샘 스페이드 : 그게 지금 이 상황에서 그렇게 중요한 건가?
루 : 그럴지도 모르지, 촬영상의 문제로 각색과정에서 덜어냈으리라 추측은 하네만...
샘 : 소설과 영화는 별개의 문제라네. 하드보일드보다 필름 느와르라는 수식을 주목해주게.
루 : 그래 어찌 됐건 험프리 보가트의 쉴틈없는 대사와 예의 그 냉철한 연기만은 마음에 든다네. 내 취향은 파일로 반스지만, 자네 캐릭터도 좋았다네.
샘 : 다행이군 영화를 즐긴것 같으니...
루 : 모두가 그런 것만은 아닌것 같네, 스타일의 간극이랄까. 60년전 진지함은 오늘의 실소를 유발하기도 했으니.
샘 : 뭐 그야 어쩔수 없는거지, 그래 다음엔 나의 팬 필립 말로를 만날 생각인가?
루 : 『굿바이 마이 러브』, 『거대한 잠』에서의 (동판 제목은 이렇더군, 박현주님 번역판도 몇권 읽긴 했다만) 그 절묘한 비유들에 매료된건 사실이지만 영화에선 또 다른 문제 아닌가? 자네가 말했듯이. 솔직히 내가 원하는 건 <카나리아 살인사건>, <추운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정도네. (그러고 보니 <빅 슬립>은 작년 쯤에 이비에스에서 본것도 같군)
샘 : 그런 자네를 위해 탐정질 하라고 어머니가 나를 낳은건 아니네.
루 : 하 성질하고는, (지금꺼 패러디라고 한건가?) 뭐 몇편을 더 볼 생각이네 좀 골라봐야지, 갑자기 히스토리 채널 생각도 나는 군. 왜 홈즈역 배우 있잖나. 더할나위 없는 캐스팅이라 생각했다네.
샘 : 이봐 우리는 말타의 매 얘길 하러 나와 있다고.
루: 아 내 정신 하고는. 뭐 딱히 평할 위치도 아니라 말이지. 팜므파탈? 메리 애스터의 연기도 괜찮았다네. 마지막에 좀더 극적 전환이 강했으면 했지만...
샘 : 이게 무슨 김전일인가? 그래 대쉴 해미트의 작품은 더 읽었던게 있나?
루 : 이것 뿐이라네 몇권 더 출간된게 있었던 것 같네만. 『피의 수확』이었던가?
샘 : 그렇다네. 마지막 씬은 어땠나?
루 : 그리 나쁘지 않았네만, 왜 그 있잖나 비서 에피와의 에필로그 말이네. 그게 참 유쾌하던데 없더군. 하긴 오쇼네시역에 방점을 뒀어야 할테니.
샘 : 그래 맞는 말이네. b/w 화면은 새롭지 않았나?
루 : 그렇다네 4:3 화면비에 흑백영화, 이런 경험도 드물지. 분위기도 예의 영화관하고는 틀리고.
샘 : ㅎㅎㅎ 운치있지... 존 휴스턴도 좀 검색해 보게나, 험프리 보가트가 연기한 탐정들도 찾아보고. 늦었네 이만 돌아가게.
루 : 그래 다음엔 액션을 좀 더 보여주게나.
샘 : 참 해상추격씬은 대체 뭔가 설마 『네 사람의 서명』 얘긴 아니겠지? 또 기억의 오류?
루 : ...
- Tungsten C
1) 『푸코의 진자』, 호흐마 4장 중에서 인용. 주석이 참 재밌다 "31) 명탐정 샘 스페이드가 나오는 필립 말로우의 소설 중에 『말타의 매』가 있다." 개역판이 나온 후 8년동안 지적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도 신기하고.
말타의 매 by 마르스
빅 슬립 The Big Sleep (1946)